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후폭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귀국 이틀 만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대표팀 안팎에서는 선수 내분설, 선발 제외 논란, 감독 선임 과정 수사, 국회 청문회 추진까지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홍 전 감독은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가족들이 거주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했다. 지난달 30일 대표팀과 함께 귀국한 지 이틀 만이다. 그는 월드컵 탈락 직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당분간 LA에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감독은 출국길에서 “제가 할 이야기는 있는데, 언젠가는 이야기가 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회 탈락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 선수단 내분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홍 전 감독은 “선수들 전체적으로 내분은 없었다”며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전체적인 내분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의 규율 위반 의혹도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카스트로프가 선수단 규율 문제로 조별리그 1·2차전 출전에서 배제됐다는 추측이 나왔지만, 홍 전 감독은 “옌스 선수 관련해서도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은 홍 전 감독의 부인만으로 정리되지 않는 분위기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KBS에 “선수 간 내분이 아니라 감독과 일부 선수 사이의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진 의원은 믿을 만한 제보자를 통해 확인했다며, 인터뷰 보이콧을 둘러싼 갈등 외에도 멕시코전 직후 라커룸에서 홍 전 감독과 손흥민(LAFC) 사이에 충돌성 장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손흥민이 선수들과 경기 관련 대화를 나누던 중 홍 전 감독이 이를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감독과 선수 사이의 소통 문제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선발 제외됐고, 이재성(마인츠) 또한 끝내 출전하지 못했다. 경기 뒤 조끼를 입은 이재성이 허탈한 표정의 손흥민을 위로하는 장면도 중계 화면에 잡히며 의문은 더 커졌다.
진 의원은 “감독과 선수 간 소통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니 경기력에 영향이 있는 것”이라며 “감독은 선수들을 잘 지도하라고 뽑아놓은 자리인데, 감독이 그걸 못했다”고 비판했다.

축구협회는 곧바로 반박했다. 협회는 손흥민과 이재성이 홍 전 감독과의 갈등 때문에 남아공전 선발에서 제외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홍 전 감독 역시 출국길에서 “선수들 전체적으로 내분은 없었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홍 전 감독도 손흥민 선발 제외 논란에 대해 별도 입장을 밝혔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홍 전 감독은 남아공전에서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결정과 관련해 “처음부터 그 선택이 잘됐는지 잘못됐는지 누구도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선수 기용은 코치진과 논의를 거쳐 경기 모델에 따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체코전에서 손흥민 대신 투입된 오현규가 결승골을 넣었던 점을 언급하며, 같은 선택이 항상 같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 준비한 것을 구현해야 한다. 그게 잘되면 좋은 감독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감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했다. 홍 전 감독은 “억울한 건 없다. 감독인 제가 책임지는 게 맞다”며 “준비한 과정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했다. 다만 조별리그 1~3차전 동안 전술과 선수 기용 변화가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정치권과 수사기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청문회를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가 열릴 경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전 감독 등이 증인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 전 감독 선임 과정, 축구협회 의사결정 구조, 이른바 밀실 운영 의혹 등이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됐고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가 후보 추천과 면접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도 서울경찰청으로 넘어갔다. 서울청 광역수사단과 종로경찰서는 정 회장 등에 대한 고발 사건을 서울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한 조치다.
종로경찰서는 2024년 7월부터 정 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이사 등 축구협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고발 사건 총 8건을 배당받아 조사해왔다. 해당 사건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정 회장 등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정 회장과 이 전 이사, 홍 전 감독 등을 강요·협박·업무방해·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서민위는 홍 전 감독을 향해 “이번 월드컵에서 선수 개인기에 의지한 무전술과 무전략으로 선수에게는 고통, 국민에게는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다.
서민위는 2024년에도 정 회장 등을 고발했지만, 경찰 수사가 2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당시 홍 감독 선임에 반발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 등이 위협을 느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다만 이는 고발인 측 주장인 만큼 향후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가려져야 한다.
홍 전 감독은 청문회 참석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관련 질문에 “모르겠다. 제가 귀국 날짜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라고 말했다. 출국 시점이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청문회 추진과 향후 귀국 일정은 또 다른 관심사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