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은 차입 부담, 금호석화는 NB라텍스·페놀계 부진이 신용도 발목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국내 대표 업체들의 신용도 전망까지 흔들고 있다. 중국발 증설 누적과 글로벌 공급과잉, 수요 회복 지연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상반기 일시적으로 개선됐던 제품 스프레드마저 하반기 재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등급 자체가 강등된 것은 아니지만 자본시장에서 석유화학 업황 회복 기대가 한층 약해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금호석유화학도 신용등급 A+는 유지됐지만 전망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됐다. 두 회사 모두 국내 석화업계를 대표하는 대형사라는 점에서 이번 조정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업황 침체가 신용도 개선 여력까지 제한하고 있다는 의미가 크다.
롯데케미칼은 실적과 재무 부담이 동시에 부각됐다. 이 회사는 2025년 9436억원의 영업손실과 2조476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26년 3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10조3317억원으로 확대됐다. 1분기에는 저가 원재료 투입 효과와 공급차질에 대비한 재고 확충 수요로 흑자 전환했지만, NICE신용평가는 이를 구조적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5월 이후 대체 원료 유입과 가동률 회복으로 공급이 늘어난 반면 선제적 재고 확보 수요는 둔화되며 에틸렌 스프레드가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NCC 통합, 여천NCC 구조개편,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자구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산 통합법인 출범 과정에서 약 1조6000억원의 차입금이 합병법인으로 이관될 예정이지만, 합병법인에 대한 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부담도 남아 있다. 자체 영업현금흐름만으로 차입 부담을 낮추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재무구조가 여전히 강점이다. 2026년 3월 말 부채비율은 36.7%, 순차입금의존도는 -1.7%로 실질 무차입 상태에 가깝다. 다만 NB라텍스와 페놀계 제품의 공급과잉으로 이익창출력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전망 하향의 배경이 됐다. NB라텍스는 신규 증설 감소와 일부 저수익 설비 폐쇄로 수급 개선 여건은 마련되고 있지만, 누적된 유휴 생산능력이 커 가동률과 수익성이 의미 있게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공통 쟁점은 상반기 스프레드 반등의 지속성이다. 중동발 공급차질 우려와 선제적 재고 확보 수요가 2분기 수익성을 끌어올렸지만, 실수요 회복보다는 일시적 수급 불안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 공급 정상화와 재고 축적 수요 종료가 맞물릴 경우 석화제품 스프레드가 다시 조정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효과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일시 반등에 그치는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