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만 키우는 호남 이전론
靑 선 긋기에도 업계엔 우려 여전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이유로 입지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에선 “용인 클러스터와 호남 신규 투자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장에서는 정치권 논란이 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입주할 예정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업 추진의 핵심 협의기구인 ‘민·관·공 협의체’는 지난해 11월 27일 열린 4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약 7개월째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민·관·공 협의체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용인시 등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삼성전자와 주민대책위원회·기업대책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지원 체계다. 국가산단 조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지 보상과 기반시설 구축, 주민 민원 등 주요 현안을 조율하는 창구 역할을 맡아왔다.
업계에서는 협의체가 5차 회의 이후 사실상 정상 운영되지 못한 배경에 정치권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 일부에서 ‘반도체 팹 호남 이전론’이 제기된 이후 관련 논의 자체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용인 팹의 토지 보상률을 거론하며 호남 이전론을 공론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사업 추진 절차 전반에 불필요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상률은 70%를 넘어섰지만, 일부에서는 3~4월 당시 40%대였던 수치를 근거로 사업 이전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는 지방선거 전후로 국가균형발전과 지산지소(지역생산·지역소비) 원칙 등을 언급하며 반도체 산업의 지역 분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국회와 정부, 기업,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용인 국가산단 계획을 호남권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회대개혁위원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일반산단은 이미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돼 논의가 쉽지 않지만, 용인 국가산단은 아직 토지 보상 단계 수준이어서 해볼만 하다”며 “토지 보상률을 문제 삼아 호남 이전론을 공론화를 시작하며 이슈를 끌고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용인 국가산단과 호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를 별개의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용인에 짓기로 한 것을 짓지 않은 채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새로운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업계의 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분위기다. 앞서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명확하게 선을 긋기는 했지만 정치권 특성상 지역 요구가 어떤 방식으로 확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그 과정에서 민·관·공 협의체 운영이나 각종 행정 절차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