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상승 땐 고용 축소 불가피”…업종별 구분적용도 촉구

중소기업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여력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최저임금 인상보다 현장 수용 능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경영계는 동결을, 노동계는 1만2000원을 제시하며 이견을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사용자 위원인 윤영발 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 금지선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회장,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 등 업종별 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들이 참석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날 “법이 정한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는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지만, 그 전제는 기업이 살아남아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문을 닫으면 일자리도, 최저임금도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서민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최소한 숨을 쉴 수 있도록 내년도 최저임금을 현재 수준으로 동결해달라”고 호소했다.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법정 비용과 임금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곽인학 한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몇십원, 몇백원 오르는 게 얼마 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4대 보험료, 퇴직금 등 각종 법정 비용까지 고려하면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인건비는 훨씬 큰 폭으로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오르면 경력 직원들의 임금도 함께 올려줘야 해 임금 역전과 숙련 기술자 이탈 우려가 있다”고 했다.
편의점 업계도 인건비 부담을 호소했다. 이중학 GS25 경영주협의회 정책국장은 “겉으로는 매출이 커 보이지만 상품 원가, 카드 수수료, 임대료, 전기요금, 폐기 비용 등을 제외하면 실제 수익은 그렇지 않다”며 “인건비 부담이 계속 늘면서 많은 경영주가 직원 채용을 줄이고 직접 매장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의 삶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저임금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 필요성도 재차 강조됐다. 앞서 최임위는 18일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 안건을 부결했다. 중소기업계는 “노동계의 반대와 위원회의 소극적인 태도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취약업종의 생존과 회복을 위해 업종별 구분적용이 반드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중소기업·소상공인 99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최저임금 관련 애로 실태 및 의견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62.6%는 2027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경영에 부담된다는 응답은 77.6%였다.
임금인상의 주된 요인으로는 52.3%가 최저임금 인상률을 꼽았다. 최저임금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 이상으로 오를 경우 신규 채용 축소와 기존 인력 감원 등 고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48.6%였다. 최저임금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76.1%로 집계됐다.
이재광 위원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며 “고물가,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4중고의 가혹한 환경 속에서 체감경기마저 최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은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그렇지 않다”며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안전망이 되기는커녕 일자리를 줄이고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부작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은 반드시 현재 수준으로 동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