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피해 여성 10명 중 4명 “전 애인이 가해자”

입력 2026-06-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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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는 감소…친밀한 관계 기반 범죄는 증가
피해자 비난·침묵 강요 여전…경찰 신고율 1.8%

▲전체 성폭력 피해 경험은 감소했지만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전체 성폭력 피해 경험은 감소했지만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불법촬영물·허위영상물 피해 여성 10명 중 4명은 가해자로 전 애인을 지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성폭력 피해 경험은 감소했지만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해 8~10월 만 19~64세 성인 남녀 1만1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다.

조사 결과 평생 통신매체 이용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7.6%로 2022년(9.8%)보다 2.2%포인트(p) 감소했다. 성추행 피해 경험률은 3.9%에서 2.4%로 줄었고, 강간(미수 포함) 피해 경험률도 0.2%에서 0.1%로 감소했다.

불법촬영물이나 허위영상물 유포 피해를 알게 된 경로로는 ‘유포자의 협박을 계기로’가 37.0%로 가장 높았고 ‘주변 지인을 통해서’가 35.0%로 뒤를 이었다. 여성 응답자도 유포자의 협박(32.3%)과 주변 지인(34.1%) 응답 비율이 비슷했다. 3년 전 조사에서는 피해 사실을 주변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는 응답이 75.1%에 달했다.

▲성폭력 피해 경험률 변화. (제공=성평등가족부)
▲성폭력 피해 경험률 변화. (제공=성평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인지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여성 피해자의 경우 불법촬영물·허위영상물 유포 피해를 알게 된 경로로 ‘주변 지인을 통해서’(34.1%)와 ‘유포자의 협박을 계기로’(32.3%)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2년 조사에서 주변 지인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응답이 75.1%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가해자의 협박을 통해 피해를 인지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성폭력 피해 이후 이어지는 2차 가해도 여전했다.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은 “피해 사실을 주변 사람에게 말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16.0%), “네가 그런 행동을 할 여지를 주었다”(12.6%),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11.4%) 등의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통념 역시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38.7%는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이라고 답했고, 27.2%는 ‘술에 취한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34.4%는 ‘금전적 이유나 상대에 대한 분노, 보복심 때문에 성폭력을 거짓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촬영물이나 허위영상물 피해 가해자 유형. (제공=성평등가족부)
▲불법촬영물이나 허위영상물 피해 가해자 유형. (제공=성평등가족부)

이 같은 인식은 낮은 신고율로도 이어졌다. 성폭력 피해 이후 경찰에 신고한 비율은 전체 1.8%에 불과했다. 여성은 2.4%, 남성은 0.7%였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73.0%로 가장 많았고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29.2%),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28.7%)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성폭력 대책 역시 처벌 강화보다 피해자 보호에 무게가 실렸다.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수요 조사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 마련’이 4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33.0%), 피해자 지원 서비스 강화(32.2%), 가해자 재범 방지 처분 강화(28.7%) 순이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 증가와 2차 피해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디지털성범죄와 교제폭력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도움을 요청하고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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