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 빅테크 의존도 확 낮춘다⋯클라우드ㆍAIㆍ반도체 독립 추진

입력 2026-06-0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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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제품·서비스·인프라 80% 해외 의존
클라우드 시장 60% 장악 美 빅테크 견제
데이터센터 용량 2030년까지 3배 확대 추진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 20% 목표

▲유럽연합기. 연합뉴스
▲유럽연합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기술 독립을 추진한다. 클라우드와 AI,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을 유럽 안에서 키운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제조 생태계와 공급망, 서비스 분야까지 자체 역량 확보에 나선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클라우드 및 AI 개발법’과 ‘반도체법 2.0’ 초안을 마련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병원과 전력망, 공공서비스를 지탱하는 핵심 기술을 외부에만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헤나 비르쿠넨 EU 집행위 기술주권 담당 부위원장은 “누군가가 우리 서비스에 대해 ‘킬 스위치’를 쥐고 있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킬 스위치는 기술 제공국이나 기업이 원격으로 핵심 기술과 서비스 등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다.

NYT는 유럽 각국이 미국 기술 의존을 경제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 위험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이 장악한 클라우드와 AI 서비스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향후 정치·외교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핵심 디지털 인프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EU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반도체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역내 생산과 투자 확대를 통해 기술 자립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집행위에 따르면 EU는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 인프라와 지식재산권의 80% 이상을 해외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3개사가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기타 핵심 부품은 주로 미국과 아시아 기업이 생산한다. 앤스로픽과 오픈AI가 주도하는 AI 시장에서도 유럽은 입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특히 EU가 독자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야가 AI와 관련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이다. EU는 민감한 정부 업무와 공공 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유럽 기업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일부 핵심 계약에서는 비유럽계 클라우드 업체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력 공급을 지원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처리 능력을 최소 3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독립한다. EU는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반도체법이 생산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반도체법 2.0’은 유럽산 반도체 수요를 키우고 공공조달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영국 가디언은 “역내 스타트업이 만든 반도체를 정부가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라며 “제조시설 허가 절차도 빠르게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EU는 이날부터 인터넷 검색엔진을 구글 대신 프랑스 콴트(Quant)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빅테크도 EU 고객을 붙잡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MS와 아마존, 구글은 유럽 전용 클라우드를 준비 중이다. 나아가 현지 통제형 서비스, 즉 고객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클라우드 등을 제시하며 EU의 우려를 낮추려 노력 중이다.

다만 제안이 곧바로 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EU 회원국과 유럽의회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규제 수위와 적용 범위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조치는 미국 빅테크에 대한 배척이 아닌, 유럽이 최소한의 선택권과 통제권을 되찾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EU 스스로 ‘메이드 인 유럽’을 앞세워 ‘미국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대변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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