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턱 낮춘 비대면진료…‘안전장치’ 놓고 충돌[치료접근성 vs 약물오남용②]

입력 2026-06-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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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주말 진료 공백 해소하며 이용자 급증…정부, 초진 7일 처방 제한 등 안전장치 검토

치료접근성 강화냐 약물 오남용 우려냐

창고형 약국, 비대면진료, 편의점 안전상비약 등 의료·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들이 빠르게 일상 속에 안착했다. 소비자들은 더 편리하게 약을 사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약물 안전관리와 오남용 우려도 제기된다. 초고령사회와 1인 가구 증가, 의료 체계 변화 등의 영향으로 국민은 더 쉽고 빠른 의료서비스를 원한다. 반면 의약품과 의료행위 특성상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도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의료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약물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만들어낼지가 향후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가 사실상 제도화 수순을 밟으며 의료 서비스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직장인과 육아 가정, 지방·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지만 과잉처방과 중복처방 우려도 함께 제기되면서 안전관리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보건복지부와 플랫폼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 비대면진료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안전관리 장치 강화를 위한 하위법령을 마련 중이다. 검토안에는 신규 환자 처방일수 7일 제한, 처방 가능 의약품 범위 제한, 의료기관당 비대면진료 비율 30% 상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시기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한시 조치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사실상 생활 밀착형 의료 서비스로 안착하고 있다. 특히 평일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과 육아 가정,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은 지방 거주자들에게 새로운 진료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접근성 확대 이면에는 약물 오남용 우려도 존재한다. 일부 플랫폼에서 감기약, 다이어트약, 탈모약, 수면제, 사후피임약 등을 비교적 손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와 향정신성의약품, 탈모치료제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쇼핑하듯 처방받기’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동일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며 중복 처방을 받거나 짧은 문진만으로 장기 처방이 이뤄지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의료계 안팎은 관리 체계 강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 역시 비대면진료가 본사업으로 전환될 경우 특정 의약품 중심의 의료 쇼핑과 중복 처방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비만치료제와 향정신성의약품 등 오남용 우려가 큰 의약품에 대해서는 대면진료 수준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와 참여 의료진은 정부 규제가 접근성보다 통제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반발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가 최근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참여 중인 의사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3%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제 현장 의료인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부 규제안의 취지와 근거를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도 59.6%에 달했다.

신규 환자 처방일수 7일 제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2.1%가 반대했다. 70.6%는 ‘장기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자의 처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산협은 비대면진료를 3회 이상 이용한 환자의 73.9%가 동일 성분 의약품을 반복 처방받고 있다며 상당수가 만성질환 관리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의료진이 비대면진료를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의료진이 비대면진료를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플랫폼 업계는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환자나 지방 거주자, 육아 가정, 직장인 등 대면진료 이용이 어려운 환자들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39.3%가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 악화를 우려했다.

선재원 원산협 회장(나만의닥터 대표)은 “비대면진료는 의료기관이 먼 지역 주민뿐 아니라 평일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과 양육자에게도 중요한 의료 접근 통로”라며 “제도 축소보다 안전장치를 갖춘 안정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비대면진료가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순기능은 인정하면서도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초진 중심 진료나 플랫폼 경쟁에 따른 과잉처방 가능성을 우려하며 안전성 확보가 우선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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