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패키징·서버 생태계 결속 강화

‘AI 수도’를 향한 대만의 질주가 빨라지고 있다. 동아시아 최대 규모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컴퓨텍스 타이베이 2026’ 개막(현지시간 2일)을 앞두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대거 집결한 가운데 엔비디아와 AMD는 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과 첨단 패키징, 서버 제조 역량이 집중된 대만이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27일(현지시간) 타이베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대만 본부 기공식 행사에서 “4~5년 전만 해도 대만 관련 연간 지출 규모가 100억~15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000억달러에 달한다”며 “연간 1500억달러(약 225조원)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인 AMD도 대만 반도체·AI 산업 생태계에 100억달러(약 15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AMD는 대만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기업인 ASE, SPIL, 파워텍(PTI) 등과 협력해 반도체 칩 간 전력 효율과 대역폭을 높이는 기술 고도화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TSMC를 통해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베니스(Venice)’ 생산도 확대할 계획이다.
대만이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배경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를 중심으로 한 생산 생태계가 있다.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빅테크가 AI 칩을 설계하더라도 실제 생산은 TSMC 첨단 공정에 의존하는 구조다.
여기에 AI 반도체 경쟁이 단순 칩 성능을 넘어 서버 시스템, 첨단 패키징, 전력 효율 및 냉각 솔루션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대만 공급망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폭스콘, 콴타, 위스트론 등 글로벌 서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은 물론 AI 데이터센터의 고열을 식히기 위한 액체냉각 및 전력관리 전문 기업들이 대만에 밀집해 있다.
실제 엔비디아 차세대 AI 플랫폼 공급망 전반에도 대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베라 루빈’ 공급망에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TSMC를 비롯해 서버 제조업체 폭스콘, 전력 부품 기업 델타일렉트로닉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들도 AI 수혜를 누리고 있다. 미디어텍과 알칩은 글로벌 빅테크의 자체 AI 반도체(ASIC) 설계 협력사(디자인하우스)로 참여하며 공급망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만에서 설계된 AI 반도체는 TSMC를 통해 생산되는 구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경쟁이 단순 칩 성능 경쟁을 넘어 생산과 패키징, 서버, 전력 인프라를 아우르는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TSMC를 중심으로 관련 공급망이 밀집한 대만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