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판 IRA 논의 본격화…中 배터리 견제에 韓 기업 기회

입력 2026-05-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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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IAA 초안, 전기차·ESS 배터리 역내 생산 요건 강화
셀·양극재·BMS까지 현지화 압박…중국 의존도 축소
유럽 거점 보유한 K배터리·소재사 수주 기회 확대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유럽에서도 배터리 공급망 재편을 겨냥한 ‘EU판 IRA’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산업가속화법안(IAA) 초안을 통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의 역내 생산 요건을 강화하면서다. 중국산 배터리와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내 제조 기반을 키우려는 움직임으로 현지 생산 거점과 고객망을 갖춘 한국 배터리 기업에는 새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IAA 초안을 공개했다. 핵심은 EU 제조업 경쟁력 회복과 비(非)EU 의존도 축소다. EU는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내 제조업 비중을 2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전략 분야에서 EU 재정 지원, 공공 조달, 사업 입찰, 보조금 등을 받으려면 EU산 및 탄소 요건을 충족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EU 역내산 배터리와 부품 사용을 의무화하며 중국 공급망 의존도 탈피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전기차 배터리 규제는 단계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초안에 따르면 법안 시행 6개월 이후부터는 전기차를 EU 역내에서 조립해야 하며,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부품 가치의 70% 이상도 EU산이어야 한다. 배터리 역시 셀을 포함한 핵심 부품 3종 이상을 EU산으로 채워야 한다. 발효 3년 뒤에는 요건이 더 까다로워진다. 배터리 핵심 부품 중 EU산 의무 사용 항목이 3개에서 5개로 늘고 셀·양극재·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필수로 포함된다. 전기차 조립만 유럽에서 하는 방식으로는 규제 대응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ESS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초안에 따르면 법안 시행 1년 이후부터는 1MWh를 초과하는 ESS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EU산으로 사용해야 한다. 발효 3년 뒤에는 ESS 시스템의 EU 역내 생산과 함께 배터리 셀, BMS, 추가 특정 부품 1개 이상이 EU산이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ESS 배터리도 현지 생산 능력이 수주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중국 기업을 겨냥한 장치도 들어갔다. 초안은 글로벌 제조 역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제3국 기업이 유럽 내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등 전략 분야에 1억유로 이상 투자할 경우 추가 조건을 요구한다. 지분·의결권 49% 이하 제한, EU 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 기술 이전, 수익의 1% 이상 현지 연구개발 투자, 부품 30% 현지 조달, 현지 고용 50% 보장 등이 조건으로 거론된다. 중국 기업이 유럽에 공장을 세우더라도 단순히 저가 경쟁력만으로 시장을 넓히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 기업에는 반사 기회가 생길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유럽 완성차 고객망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헝가리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유럽 시장 대응력을 키워왔다. 삼성SDI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신규 공급 계약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였고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를 통한 유럽 현대차·기아향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물량 공급을 시작했다. 포스코퓨처엠도 기존 공급선 외에 파워뱅크, 파워툴, 보조배터리 등 신규 납품처 물량을 확대하며 판매를 방어하고 있다.

수요 회복도 맞물리고 있다. 유럽 전기차 판매는 올해 1~2월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고 3~4월에는 40% 이상 증가했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상위 3개국의 3~4월 합산 순수전기차(B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 늘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여전히 기준치를 웃도는 만큼 올해와 내년에도 전기차 판매 확대 압력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IAA는 아직 초안 단계다. 최종 법안 내용과 시행 시점, EU산 인정 범위는 입법 협상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보다 현지 생산과 정책 대응력이 수주를 가르는 국면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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