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보다 사용처 확보”⋯은행·핀테크·거래소 합종연횡 확대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금융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글로벌 결제망 확대와 기술 검증, 플랫폼 협업 등에 속도를 내며 시장 선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단순 발행 경쟁을 넘어 실제 결제·송금에 활용 가능한 생태계 구축과 신뢰 체계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서비스 출시와 사업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발행 경쟁보다 결제·송금·정산까지 연결되는 실사용 생태계 구축 경쟁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는 하나금융이 꼽힌다. 하나은행은 최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6.55%)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금융지주가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을 직접 확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하나은행은 두나무 4대 주주에 오른다.
외환 분야에 강점을 지닌 하나은행과 글로벌 최대 수준의 이용자 기반을 확보한 업비트가 결합하면 해외송금과 무역결제,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결제까지 연결되는 통합 디지털 금융 사업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는 이미 블록체인 기반 외화송금 PoC(기술 검증)를 완료했으며, 최근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까지 참여한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화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제도 불확실성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이 존재하지만, 전략적인 투자에 나섰다는 점에서 시장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KB금융도 최근 전자결제 전문기업 KG이니시스, 글로벌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 카이아, 디지털자산 솔루션 기업 오픈에셋과 함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정산·송금 PoC를 완료했다. 별도 디지털지갑 설치 없이 QR 결제만으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정산이 자동 처리되는 식이다.
해외송금 검증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실제 해외 계좌까지 송금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기존 SWIFT 기반 국제송금이 수일 걸렸던 것과 달리 3분 이내 송금이 가능했고, 수수료도 약 87% 절감됐다. KB금융은 발행부터 송금까지 전 과정을 직접 설계했다.
신한금융은 NFT 발행과 전자지갑 기술 등 다양한 블록체인 실증사업을 진행해왔으며, 한·일 간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 실험인 ‘프로젝트 팍스’ 2단계 사업에도 참여해 기업 간(B2B) 해외송금 사업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글로벌 가상자산 결제 및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문페이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기업 비댁스(BDACS) 지분 투자에도 나서는 등 관련 인프라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결국 ‘누가 먼저 쓰이게 만드느냐’의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송금과 기업 간 정산, 플랫폼 결제, 토큰화 자산 거래 등 실제 사용 가능한 서비스와 연결망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에는 은행·핀테크·거래소 간 협업 구조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금융사 간 합종연횡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아직 법제화와 규제 정비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시장 선점 경쟁은 이미 시작된 상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