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푸드코트 저리 가라네’...더본코리아 상생 프로젝트로 전국 핫플 된 예산시장[가보니]

입력 2026-05-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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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방문객 1000만 명 돌파한 예산시장
정교한 ‘푸드코트 시스템’이 바꾼 재래시장 풍경
60대 은퇴자부터 방황하던 청년까지 품어
특산물 메뉴 개발이 지역 농가 견인
외지 청년 뿌리내린 ‘로컬 인큐베이팅 거점’

▲충남 예산군의 예산시장 전경. (사진제공=더본코리아)
▲충남 예산군의 예산시장 전경. (사진제공=더본코리아)

21일 오후 찾은 충남 예산시장 초입은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장 중심부에 오픈형 식사공간인 ‘장터광장’을 빙 둘러싸고 각양각색의 매장이 있었다. 동남아 야시장에서나 볼법한 거대한 푸드코트가 훨씬 정갈하게 마련된 느낌이었다. 방문객들은 저마다 가게에서 음식을 산 뒤 광장 중앙테이블에서 편하게 즐겼다. 식사를 마친 손님이 떠나기 무섭게 앞치마를 두른 종업원들이 금세 테이블을 싹싹 치웠다. 모든 것이 체계적이고 깔끔했다. 낙후된 재래시장에 이식된 이 정교한 푸드코트형 시스템은 예산시장을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만든 핵심 콘텐츠다. 이를 두고 여러 논란의 시선도 있었지만, 이날 확인한 중소상공인 상생·지역경제의 자립 생태계는 논란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실제로 5년 전만 해도 예산시장은 하루 유동인구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방문객이 없으니 점포들은 잇달아 문을 닫았고 계속 공허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후 충남 예산이 고향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예산군과 함께 2023년 ‘예산 상설시장 활성화 프로젝트(프로젝트)’를 통해 장터광장을 가동하면서 지금은 약 80개 매장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 따르면 프로젝트 가동 이후 누적 관광객이 500만 명으로 3년 전보다 468% 급증했다. 침체한 구도심 상권과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것. 이는 상권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역혁신’부터 특산물 메뉴를 개발하는 ‘로컬콘텐츠’, 청년 창업자를 기르는 ‘인재양성’, 그리고 ‘사회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4대 핵심축이 유기적으로 가동된 결과다.

▲이신복 명물 꽈배기의 이신복 사장(47). (황민주 기자 minchu@)
▲이신복 명물 꽈배기의 이신복 사장(47). (황민주 기자 minchu@)

◇임대료 안정화로 “날씨 걱정 없어져”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는 원주민 상인과 외지 청년의 동반성장이다. 우선 ‘이신복 명물 꽈배기’ 이신복(47) 사장은 예산 토박이로, 오일장 노점을 전전하다 예산시장에 정식 입점한 원주민 상인이다. 이 씨는 “밖에서 노점을 뛰다 정식점포 제안을 받으니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님이 기존 레시피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하라고 인정해 주신 게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점포 운영) 3년 차가 된 지금은 일단 돈을 더 많이 벌고 여름에 덥지 않고 겨울에 춥지 않게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어 참 좋다”며 “가게 이름도 제 이름을 따서 지은 덕에 항상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는 임대료 폭등을 막기 위해 시장 내 유휴 점포들을 선제 매입, 청년과 기존 상인들에게 월 20만~30만 원 수준의 초저가로 재임대하는 전대차 방식을 유지, 상인들의 안정적인 자립 기반을 다져주고 있었다.

▲예산시장의 청년 상인들, 맨 위쪽부터 신양 튀김 손우성(44) 사장, 신광 정육점 김국헌(30) 사장, 연돈 불카츠 양경민(29) 사장. (황민주 기자 minchu@)
▲예산시장의 청년 상인들, 맨 위쪽부터 신양 튀김 손우성(44) 사장, 신광 정육점 김국헌(30) 사장, 연돈 불카츠 양경민(29) 사장. (황민주 기자 minchu@)

◇‘청년 창업 요람’ 된 전통시장

실제로 예산시장은 자영업 불황 시대, 청년들이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인큐베이팅 거점이 되고 있다. 한화이글스 야구선수 출신인 연돈불카츠 양경민(29) 사장은 “운동을 그만두고 방황하거나 진로를 못 찾은 친구들이 주변에 정말 많다”며 “솔직히 그런 친구들에게 이런 시장에도 아직 기회가 많이 열려있다고 추천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에서도 장사를 해봤지만, 예산만큼 장사하기 좋은 기회의 땅은 없는 것 같다”며 “처음에 내려올 땐 이방인이라 적응을 걱정했는데, 기존 상인 어르신들이 텃세는커녕 자신의 가게 것들도 막 챙겨주셔서 정말 수월하게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프로듀스101 출신 아이돌 연습생이던 신광정육점 김국헌(30) 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연예계 활동을 멈추고 3년이라는 고민의 시간을 보낸 끝에 백종원 대표님 덕분에 기회를 얻었다”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도 진짜 뛰어들면 해낼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웃었다. 그는 이어 “ 청년 상인들끼리 돈을 조금씩 모아 크리스마스 때 광장에 6m 트리도 설치하고 산타분장 이벤트도 진행했는데 어르신들도 참 좋아하셨다”며 “방문객들이 ‘시장 잘해놨네 가격 싸고 예쁘다’ 칭찬해 주실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의 선배 격인 골목양조장 박유덕(37) 대표는 2020년 쇠락한 시장통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박 대표는 “제가 2020년 처음 왔을 땐 이 양조장 자리 빼고 주변이 다 셔터 내려간 창고 같은 유휴공간이었고 코로나19까지 터져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식품공학 전공을 살려 술 개발은 직접 할 수 있었지만 유통과 판로가 막막했었다”며 “이때 백 대표님이 본인 얼굴과 사진을 제품에 쓸 수 있도록 판로를 열어주시면서 숨통이 트였다”고 전했다. 이후 골목양조장은 대형마트 입점은 물론 미국 수출길까지 열었다. 현재 소비하는 예산쌀은 연간 140~150t(톤), 예산 사과는 약 30t에 달한다. 박 대표는 타 지역 진출 대신 예산에서 상생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제가 다른 거점에 가기보다 그 지역 청년들이 기회를 얻어야 맞다”며 “저는 예산 본점에서 수출과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지역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골목양조장 박유덕(37) 대표. (황민주 기자 minchu@)
▲골목양조장 박유덕(37) 대표. (황민주 기자 minchu@)

◇시장 넘어 지역 전체로 뻗어 나가는 ‘상생 로드맵’

신양튀김 손우성(44) 사장을 비롯한 청년들은 이제 시장을 넘어 지자체와의 거대한 상생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손 사장은 “여름에는 확실히 시장 손님이 많이 줄어들기에 주말이면 예산시장 앞에 주차장 공간을 활용한 야간 포장마차를 생각 중”이라며 “상인분들이랑 번갈아 가면서 저녁에 안줏거리와 생맥주 판매 아이디어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을이 되면 인근 학교 밴드부 친구들을 불러 저녁 음악회도 준비 중”이라며 “영업시간이 지나 불이 꺼진 시장을 활용해 공포체험 테마 코스도 만들고, 공주대 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한다면 청년층 유입과 상생이 동시에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사장은 “이제는 시장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예산이라는 지자체와 상생할 수 있는 것들을 짜보고 있다”며 “예당호 방문 후 시장 오면 할인 혜택을, 덕산 스플라스 리솜과 연계해 통합 할인쿠폰을 각각 제공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연구 중”이라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더본코리아 직영으로 ‘광장 청결·일자리’ 두마리 토끼

“60세가 넘으니 서비스 업종에서도 나이 제한 때문에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못 구하더라고요. 그런데 자활 프로그램을 통해 이곳에서 다시 일자리를 얻게 됐죠.” 광장 청결을 책임지는 ‘깔끔이사업단(사업단)’ 김백오(60) 씨의 말이다. 사업단은 지자체 보조금이 아닌 광장 주변에 있는 ‘불판을빌려주는집2(불판2)’ 등 더본코리아 직영매장의 수익금으로 운영된다.

상인들은 불판2 매장이 시장을 유지하는 지속가능한 복지안전망이라고 입을 모았다. 애초 상인회 소속 1명이 위탁운영하면서 공동운영비를 조달했으나, 분담 중단을 선언하며 가동이 중단됐다. 이에 더본코리아가 광장 관리 체계를 유지하고 자활 주민의 고용을 위해 운영 마이너스를 감수하고 직영 형태로 전환했다. 김 씨는 “우리 사업단에는 몸이 아프거나 개인사정상 취업이 힘든 30대 초반, 40대 후반 청년들도 있다”며 “여기서 일하며 월 200만원 초반대 소득을 얻고 맞벌이도 할 수 있어 모두 만족해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깔끔이 사업단의 김백오(60) 반장의 모습. (황민주 기자 minchu@)
▲깔끔이 사업단의 김백오(60) 반장의 모습. (황민주 기자 minchu@)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침체한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한 ‘다시온(다시 시장에 온기) 프로젝트’를 본격 전개하고 있다”며 “외식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 특산물 축제, 청년 창업·관광 자원화 프로젝트를 연계해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의 자생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인구를 유입해 우리 지역만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지역 자활센터와 일자리를 연계하고 기존 상인들과 화합하며 공존하는 시장을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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