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지창욱이 공항에서 갑자기 기합을 넣기 시작한다. 이윽고 캐리어를 타고 날아오르더니, 거대하게 빛나는 스마트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들어갔어!”라며 당황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과장된 액션과 몸 개그를 이어가는 배우를 보고 있자면 이게 통신사 광고인지, 인터넷 밈(meme)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다.
SK텔레콤의 ‘T로밍’ 광고가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공개 직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영상은 20일 기준 조회 수 500만 회를 넘어섰다. 댓글에는 “잘생긴 지창욱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난 정말 부끄럽다.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 “뭐지? 이 킹받는 광고는?”, “지창욱 얼굴 믿고 이런 광고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등 웃음을 터뜨리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광고 시장에서는 이른바 ‘B급 감성’ 연출이 하나의 흥행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 잘생기고 예쁜 스타들의 과장된 연기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영상을 공유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른바 ‘잘 나가는’ 요즘 광고의 첫 번째 목표는 제품 설명이 아니다. 시청자가 영상을 넘기지 않고 몇 초라도 더 보게 만드는 게 우선이다. 유튜브 쇼츠와 릴스 중심 소비 환경에서 광고 역시 다른 콘텐츠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지창욱이 등장한 SK텔레콤 광고 역시 데이터 요금이나 통신 품질 설명보다는 과장된 상황극과 캐릭터 연출을 전면에 내세웠다. 스마트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프랑스 파리에서 “나 지금 T로밍으로 전화하는 거야”라고 외치는 황당한 설정 자체가 하나의 밈처럼 소비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기업의 광고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 G마켓 역시 배우 장혁, 박성웅, 장항준 등을 앞세워 영화·드라마 속 익숙한 명대사를 쇼핑 광고 형식으로 패러디했다. 진지한 이미지의 배우들이 과몰입 연기와 과장된 상황극을 펼치자 “내가 잘못 봤나 싶었네. 14년 전인 줄”, “진짜 미친 거 아닌가. 이거 기획자 상 줘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두 사례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톱스타들의 ‘망가짐’이다. 과거에는 광고 속 배우들이 주로 세련되고 완벽한 이미지를 보여줬다면, 최근에는 얼마나 체면을 내려놓고 웃긴 상황을 진지하게 연기하느냐가 화제성을 좌우하고 있다.
특히 지창욱처럼 기존에 강렬한 액션과 멜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가 망가질수록 반응은 더욱 커진다. “저 얼굴로 저걸 한다고?”라는 의외성이 웃음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SK텔레콤에서 지창욱한테 도대체 얼마 줬냐”,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장난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이에 지창욱은 SK텔레콤 공식 SNS 계정에 “그냥 열심히 하는 거예요. 오늘도 열심히 살 거예요”라는 댓글을 달며 팬들을 폭소케 했다.

성공한 광고는 결국 인터넷 밈으로 자리 잡는다. 대표적으로 배우 조정석이 출연했던 영어 교육 플랫폼 ‘야나두 영어회화’ 광고는 조정석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야 너두?”라고 말하는 장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어처럼 퍼지며 지금까지도 댓글과 패러디에 자주 활용되고 있다.
조정석이 출연한 동원F&B의 동원참치 광고 역시 특유의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반복되는 가사 덕분에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밈처럼 회자된다. 제품 설명보다 특정 장면과 대사가 더 오래 기억에 남으며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소비되는 것이다.
이제 광고의 화제성은 제품을 얼마나 자세히 설명하느냐보다,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따라 하고 공유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배우의 의외성, 반복 가능한 대사, 짧은 영상에 맞는 과장된 연출이 결합하면 광고는 단순한 홍보물을 넘어 하나의 온라인 놀이가 된다. 지창욱의 ‘T로밍’ 광고가 보여준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