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쁜 건 지루해, 차라리 웃길래!"
요즘 거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패션이 가득합니다. 완벽하게 차려입은 옷차림 아래에 투박한 통굽 고무신을 신거나, 번듯한 가방에 애매하게 생긴 인형을 달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바야흐로 'B급 감성'과 '어색함'이 힙함의 기준이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한때는 워스트 드레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못생긴 디자인'들이 어떻게 2026년 현재 전 세계 소비 트렌드의 한복판에 서게 됐을까요.

BBC 컬처는 12일 보도에서 실용성과 패션 사이에 걸친 기묘한 형태의 신발들이 최근 패션계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스니커즈와 로퍼를 합친 '스노퍼(Snoafer)', 발가락 모양이 드러나는 5핑거 슈즈, 원예용 클로그처럼 투박한 신발들이 대표적입니다.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StockX)에 따르면 뉴발란스의 스노퍼 모델은 출시 이후 1만3000켤레 이상 거래됐고, 메리제인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스니커즈 판매량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5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실루엣이 뒤섞인 '프랑켄슈즈(Frankenshoe)'들은 예전 같으면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법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강한 개성을 드러내는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소비자들이 더 이상 '예쁘고 매끈한 것'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SNS에는 보정된 얼굴과 완성도 높은 콘텐츠, AI가 만든 듯한 이미지가 넘쳐납니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정돈된 환경에서는 오히려 조금 어설프고 삐끗한 디자인이 더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못생긴 신발의 매력도 여기에 있습니다. 완벽하게 갖춰 입은 정장 아래 뭉툭한 클로그를 신거나, 깔끔한 옷차림에 장난감 같은 키링을 다는 식입니다. 세련되려고 애쓰는 대신 "나는 너무 진지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예쁜 것보다 중요한 건 이제 '반응'입니다. 한 번 더 쳐다보게 만들고, 웃게 만들고, 대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아이템이 SNS 시대의 새로운 패션 언어가 된 셈입니다.

친구나 가족끼리 여행 전 서로를 위해 황당하거나 부끄러운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준비하고, 공항에서 갈아입은 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벗지 않는 방식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Ask me about my explosive diarrhea"(“나 설사 엄청 심했는데, 궁금하면 물어봐”) 같은 문구가 적힌 티셔츠나 우스꽝스러운 그래픽 티셔츠를 입은 여행객들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민망함을 감수하는 대신 여행의 시작부터 웃음을 만들고, 그 장면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과거 여행 인증샷이 예쁜 풍경과 잘 차려입은 옷차림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누가 더 어이없는 상황을 만들고 사람들을 웃게 하느냐가 또 다른 콘텐츠가 됐습니다.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기를 끈 크리에이터 승헌쓰의 '컨디션 난조' 티셔츠, 웹툰 작가이자 방송인 침착맨의 '하남자' 티셔츠 등이 대표적입니다. 예전에는 집에서나 입을 법한 개그 티셔츠가 이제는 외출복이자 팬덤 굿즈, 선물 아이템으로 소비됩니다.
핵심은 멋있어 보이는 것보다 웃기는 것입니다. 입는 사람은 스스로를 너무 진지하게 포장하지 않고, 보는 사람은 그 어설픔에서 친근함을 느낍니다. 패션이 자기 과시의 수단을 넘어 유머와 관계 맺기의 도구가 된 셈입니다.
예뻐 보이기 위해 발가락을 구겨 넣던 뾰족한 구두와 숨을 참아야 했던 타이트한 옷에서 벗어나, 사람들은 이제 못생김이 주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예쁜 것들이 넘쳐나 오히려 지루해진 시대, 조금 어설프고 웃긴 아이템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멋이 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