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지 마’만 남은 학교…피해는 결국 학생들 [사라지는 교실 밖 교실 下-①]

입력 2026-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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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운동장 활동 축소…학교 현장 곳곳 ‘위험 회피’ 확산
청소년 신체활동 부족 심각…“놀이·관계 형성 기회까지 줄어”
전문가 “교육보다 사고 우선 구조…공교육 위축 재설계해야”

(그래픽=손미경 기자)
(그래픽=손미경 기자)

학교 현장에서 현장체험학습과 운동장 놀이를 줄이거나 제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신체활동 감소와 사회성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고와 민원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학교의 ‘위험 회피형 운영’이 결국 아이들의 성장 경험과 놀 권리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중·고교 가운데 올해 비숙박형 현장체험학습 실시 계획을 밝힌 학교는 31% 수준에 그쳤다. 초등학교 6189곳 중 312곳(5.04%)에서는 점심시간·쉬는시간·방과 후 축구와 야구 등 구기활동을 금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만 보면 605곳 중 101곳(16.7%)이 교과시간 외 축구 등을 제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프로그램 축소가 아니라 학생들의 신체활동 감소와 사회성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질병관리청과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하루 60분 이상, 주 5일 이상 신체활동을 실천하는 비율은 남학생 24.5%, 여학생 8.5%에 그쳤다. 우울감 경험률 역시 남학생 21.7%, 여학생 29.9% 수준이었다. 학교 안팎에서 몸을 움직이고 또래와 관계를 맺는 경험이 줄어들수록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활동 부족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분석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신체활동 부족률은 94.2%로 조사 대상 146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WHO는 아동·청소년에게 하루 60분 이상의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권고하고 있다.

학교 안 체육·놀이 활동 감소가 학생 건강과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질병관리청의 ‘청소년 신체활동 추이와 관련 요인’ 분석에 따르면, 학교 체육수업과 스포츠활동 참여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스트레스 인지율과 학습 외 좌식 시간이 낮고 건강행태도 더 양호했다고 분석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관계자는 “성장기 아동에게 신체활동과 또래 놀이 경험은 비만 예방과 근골격계 발달뿐 아니라 정서 안정과 사회성 형성에도 필수적”이라며 “안전사고 우려만으로 아이들의 활동 자체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체험학습 축소와 놀이 제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공교육 시스템 전반의 위축 현상을 드러낸다고 분석한다. 특히 가장 큰 피해자는 사회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잃어가는 학생들이라는 지적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학교 현장의 책임 구조를 국가 차원에서 다시 설계하지 않으면 공교육의 외연 자체가 계속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학교가 위축될수록 결국 충분히 뛰고 어울리며 성장할 기회를 잃는 것은 학생들이다. 지금처럼 위험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이 계속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0일 ‘국민주권 정부 1년 교육 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계획’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장체험학습 교사 면책 범위와 관련해 “교원단체와 현장 의견을 많이 듣고 있고, 법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과실이 아니면 면책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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