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확대'보다 '지원 방식' 중요, 교육계 "재정투입만으론 한계"

교육부가 국립대학육성사업에 수년간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지만 거점국립대의 대학평가 순위는 오히려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새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역시 단순한 재정 지원만으로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검증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기고문에서 "교육부는 2018~2022년 5년 동안 679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립대학육성사업을 추진했지만 국립대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전체 국립대를 폭넓게 지원했던 국립대학육성사업과 달리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9개 거점국립대 가운데 우선 3개교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방식인데 교육계에서는 과거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사업 시행 시기를 포함한 최근 경쟁력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일간지 대학평가를 활용해 9개 거점국립대의 2015년과 2021년 순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제주대를 제외한 8개 대학의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는 12위에서 15위로, 경북대는 15위에서 19위로, 충남대는 18위에서 26위로 떨어졌으며 전북대(16→20위), 전남대(20→21위), 충북대(22→29위), 강원대(34→36위), 경상대(31→38위)도 순위가 내려갔다. 제주대는 29위로 변동이 없었다.
국제평가에서도 거점국립대의 위상은 높지 않은 편이다. 최근 발표된 2027 QS 세계대학평가에서 부산대(449위)와 경북대(481위)만 50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고, 전남대는 701~710위, 전북대는 731~740위, 충남대는 801~850위에 머물렀다. 경상국립대는 1001~1200위, 강원대와 충북대는 1201~1400위권으로 집계됐으며 제주대는 1401위 이하로 순위권 밖에 위치했다.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거점국립대 순위가 하락한 것은 학부교육 혁신 중심의 일반재정지원만으로는 연구역량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고, 등록금 동결과 연구개발(R&D) 투자 부족 등 대학 경쟁력의 핵심 과제도 해결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사업 성과 목표와 관련해 "집중 육성 대학은 특성화 분야에서 세계 대학평가인 QS 순위 20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부 거점국립대는 이미 QS 학문분야평가 200위권 안에 진입한 반면 상당수 대학은 국제 경쟁력 기반이 취약해 정부가 제시한 성과 목표의 적정성과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국립대학육성사업에서도 대규모 재정이 투입됐음에도 대학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서울대 10개 사업 역시 단순 재정 투입을 넘어 대학 체질 개선과 연구 역량 강화로 연결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사무총장은 "국립대학육성사업도 나름의 성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기존 사업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중요한 것은 얼마를 지원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목표를 세우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느냐"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립대학육성사업은 대학평가 순위 향상이나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를 직접 목표로 하는 사업이 아니라 학부교육 혁신과 지역사회 기여, 공공성 강화 등을 지원하는 일반재정지원사업"이라며 "대학평가는 연구논문 실적 등 연구역량 비중이 큰 만큼 사업 성과를 대학평가 순위만으로 평가하거나 세계대학평가와 직접 연결해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