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물류센터 시장이 공급 과잉 국면에서 공급 절벽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쏟아졌던 신규 물량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미착공 사업장 증가로 급감한 영향이다. 공급 감소는 임대차 시장뿐 아니라 투자 시장의 자금 흐름도 바꾸고 있다. 임차 수요가 대형 상온 자산으로 쏠리면서 투자금 역시 공실 부담이 낮고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핵심(코어) 자산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17일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물류센터 신규 공급은 약 105만5000㎡로 전년 대비 73% 감소했다. 공급 건수도 2024년 51건에서 지난해 20건으로 줄었다. 특히 연면적 5만 평 이상의 최상급 물류센터 공급은 없었다. 올해 공급 예정 물량 역시 7건, 45만3000㎡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공급 과잉을 우려하던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물류센터 공급 과잉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의 상업용 부동산 부문 관계자는 "2022년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으로 브릿지론 만기 연장과 본PF 전환이 어려워지면서 착공 신고를 마친 사업장도 공사를 멈췄다"며 "과거처럼 인허가 물량이 그대로 시장에 공급되는 구조는 더이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고도 2년 이상 착공하지 못한 물류센터 사업장은 연면적 기준 1297만㎡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8년까지 예정된 수도권 물류센터 공급 물량도 명목상 1900만㎡ 수준이지만, 공사 중단과 인허가 실효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공급 가능 물량은 320만~680만㎡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경기도가 지난해 10월 물류창고 인허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대형 단층 물류센터 개발도 한층 어려워졌다. 금융 환경과 규제가 동시에 공급을 제약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임차 수요는 더 까다로워졌다. 온라인 배송 경쟁과 인건비 부담, 자동화 수요가 맞물리면서 임차인들은 대형·고스펙 자산을 선호하면서다. 여러 개의 중소형 거점을 분산 운영하기보다 하나의 대형 거점에서 보관·분류·배송 기능을 통합하려는 수요가 강해지는 흐름이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우량 자산으로 좁혀지면서 물류센터 시장 내 자산별 격차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임차 수요의 선별화는 곧바로 투자 시장의 선별 매수로 이어졌다. 임차 안정성이 확보된 대형·상온 자산과 수도권 거점에는 매수세가 이어지지만, 저온 비중이 높거나 공실 부담이 큰 자산은 여전히 거래 성사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공급 절벽 이후 우량 자산의 희소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 해외 자본이 코어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선제적 매수에 나서고 있다.
대표 사례는 KKR과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의 청라 로지스틱스센터 인수다. 청라 로지스틱스센터는 약 1조 원대에 거래되며 단일 물류센터 기준 국내 최대급 거래로 꼽혔다. KKR은 해당 투자를 아시아 부동산 전략을 기반으로 집행했고,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이 자산 운용과 관리를 맡는 구조다. 블랙스톤도 큐브인더스트리얼자산운용을 통해 김포와 남양주에 있는 수도권 라스트마일 물류센터 두 곳을 인수했다. 두 자산의 총 연면적은 약 12만㎡ 규모다.
GIC와 워버그핀커스도 국내 물류센터 투자에 이름을 올렸다. GIC는 코람코자산신탁과 함께 인천 항동 드림물류센터 인수에 참여했고, 워버그핀커스는 큐브인더스트리얼자산운용과 함께 안성 삼성로지스 물류센터를 매입했다. 글로벌 자본이 단순히 가격이 낮아진 자산을 담기보다 임차 안정성이 확인된 코어 자산, 수도권 소비지 접근성이 높은 라스트마일 자산, 상온 전환 등 운영 개선 여지가 있는 밸류애드 자산을 구분해 접근하는 모습이다.
다만 해외 자본 유입이 시장 전반의 회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금은 대형 임차인을 확보한 코어 자산이나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자산에 집중되고 있다. 반면 저온 비중이 높거나 임차인 확보가 더딘 중소형 자산은 여전히 가격 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 한 부동산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물류센터 시장을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은 맞지만 모든 자산을 사겠다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공급 절벽 이후 희소성이 커질 자산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자산을 철저히 구분해 보는 장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