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는 농지 가려낸다…AI로 걸러내고 드론 띄워 195만㏊ 전수조사

입력 2026-05-17 11: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농식품부, 18일부터 전국 농지 소유·경작·이용 실태 조사
투기성 농지 단속 본격화…구두 임대차 임차농 보호가 관건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정부가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첫 전수조사에 들어간다. 겉으로는 농지지만 실제로는 농사를 짓지 않거나, 불법 임대차와 무단 전용을 통해 투자 수단처럼 활용되는 땅을 가려내겠다는 취지다. 위성영상과 인공지능(AI), 드론까지 동원하는 대대적 조사지만, 현장에서는 단속을 피하려는 지주의 일방적 계약 해지로 임차농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방정부와 함께 농지 투기 근절과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위한 농지 전수조사를 시작한다고 17일 밝혔다.

농지 전수조사는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 임대차 관계, 휴경 여부, 불법 시설물 설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정부는 그동안 일부 농지를 대상으로 이용실태조사를 해왔지만,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소유·경작·이용 구조를 전면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대상은 전국 농지 195만4000㏊이며, 올해는 농지법이 시행된 1996년 1월 이후 취득한 농지를 우선 들여다본다.

배경에는 농지 관리의 구조적 빈틈이 있다. 헌법과 농지법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을 두고 있지만, 상속·이농 농지나 법인 소유 농지, 외지인 취득 농지를 중심으로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농지가 개발 기대를 품은 투자 대상으로 굳어질수록 청년농과 귀농인은 농지 확보가 어려워지고, 기존 농업인은 임차료 부담을 떠안게 된다.

조사는 기본조사와 심층조사로 나뉜다.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진행되는 기본조사에서는 농지대장과 기본형 공익직불, 농업경영체 정보, 농자재 구매 이력, 지방정부 자체 지원사업 수령 내역 등을 교차 분석해 실경작 여부를 1차 검증한다. 농지대장에 임대차가 등재됐는지,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에 위탁됐는지도 확인해 위반 의심 농지는 심층조사 대상으로 분류한다.

AI와 위성영상은 현장조사 대상을 추리는 데 활용된다. 정부는 항공·위성사진, 건축물대장, AI 시설물 탐지정보를 대조해 농지 위 불법 시설물 설치 여부를 확인한다. 농촌진흥청의 위성 정보로 식생지수 변화를 분석해 장기간 휴경지로 의심되는 농지도 걸러낼 계획이다.

8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는 심층조사에서는 공무원과 농지조사원이 현장에 투입된다. 농작물 재배 여부, 시설물 설치·이용 현황, 농업경영계획서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접근이 어려운 농지는 드론으로 조사한다. 투기 우려가 큰 경기도 전체 농지는 드론 촬영 대상에 포함된다.

중점 조사 대상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수도권 전 지역, 경매취득 농지, 농업법인 소유 농지, 외국인 소유 농지, 최근 10년 내 취득 농지, 최근 10년 내 관외거주자 취득 농지, 최근 10년 내 공유취득 농지, 과거 적발 농지, 기본조사 결과 의심 농지 등이다. 실제 농업 이용보다 투자·보유 목적이 의심되는 농지가 우선 검증대에 오르는 셈이다.

다만 현장의 변수는 구두 임대차다. 농촌에서는 서면계약 없이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수조사가 시작되면 일부 소유자가 불법 임대차 적발을 피하려고 임차인과의 관계를 끊을 수 있다. 투기성 농지를 잡겠다는 조사가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의 경작 기반을 흔드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농식품부는 기본조사 기간을 ‘농지 임대차 특별 정비기간’으로 운영해 구두 임대차를 서면계약이나 농지은행 위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 전수조사 회피 목적의 일방적 계약 해지에 대비해 임차농 보호 신고센터도 운영한다. 신고된 농지는 8월 이후 심층조사 대상으로 분류하고, 계약이 해지된 임차인에게는 농지은행에 임대위탁된 농지를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이번 조사의 성패는 적발 규모보다 농지 이용 질서를 얼마나 바로잡느냐에 달려 있다. AI와 위성, 드론이 의심 농지를 빠르게 걸러낼 수는 있지만 실제 경작 여부와 임대차 관계는 현장 확인 없이는 판단하기 어렵다. 단속 과정에서 투기성 농지는 걸러내되 선의의 임차농 피해를 줄이는 것이 이번 전수조사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농지 전수조사는 단순한 실태파악을 넘어, 농지 투기를 근절하고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 농지 정책을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라며 “현장 농업인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탈모 1000만명 시대 해법 논의…이투데이, ‘K-제약바이오포럼 2026’ 개최[자라나라 머리머리]
  • 김민석 총리 “삼성전자 파업 땐 경제 피해 막대”…긴급조정 가능성 시사 [종합]
  • 8천피 랠리에 황제주 11개 ‘역대 최다’…삼성전기·SK스퀘어 합류
  • 20조 잭팟 한국인의 매운맛, 글로벌 겨냥 K-로제 '승부수'
  • 삼전·닉스 ‘몰빵형 ETF’ 쏟아진다…반도체 랠리에 쏠림 경고등
  • 월가, ‘AI 랠리’ 지속 낙관…채권시장 불안은 변수
  • 돌아온 서학개미…美 주식 보관액 300조원 돌파
  • 빚투 30조 시대…10대 증권사, 1분기 이자수익만 6000억원 벌었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5.1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6,500,000
    • -0.8%
    • 이더리움
    • 3,256,000
    • -1.57%
    • 비트코인 캐시
    • 619,000
    • -1.82%
    • 리플
    • 2,114
    • -0.14%
    • 솔라나
    • 129,500
    • -1.6%
    • 에이다
    • 381
    • -0.52%
    • 트론
    • 528
    • +0.96%
    • 스텔라루멘
    • 227
    • -0.44%
    • 비트코인에스브이
    • 23,160
    • -0.17%
    • 체인링크
    • 14,550
    • -1.56%
    • 샌드박스
    • 110
    • -0.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