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지역 이름이 곧 품질이 되는 시대

입력 2026-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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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사과를 고를 때 ‘청송사과’, 고기를 살 때 ‘횡성한우’, 차를 마실 때 ‘보성녹차’라는 이름을 보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품질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 이는 단순히 지역 이름이 붙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기후, 토양, 재배기술, 그리고 오랜 전통이 결합되어 독특한 품질과 명성을 형성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경북 고령의 대표 특산물인 우곡 수박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한 수박이 유통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고령군 우곡면은 낙동강변의 비옥한 사질토와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당도가 높고 식감이 우수한 수박 생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인정받아 ‘고령수박’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지리적표시 제73호로 등록되었다.

지리적표시제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며, 그 지역의 자연적·인문적 특성에 의해 특별한 품질이나 명성을 가지는 상품임을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만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송사과, 영광굴비, 제주감귤, 보성녹차 등 수많은 지역 특산품이 이 제도를 통해 보호받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명성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보호된다. 하나는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에 따른 지리적표시 등록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상표법’에 따른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제도이다.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은 생산자협회, 영농조합법인 등 해당 지역에서 상품을 생산, 제조, 가공하는 자만으로 구성된 법인이 출원하여 해당 지역 생산자들이 공동의 브랜드를 갖는 것이다. 즉,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은 지역명과 상품명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명성과 품질을 보호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지리적표시 등록과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은 소비자에게는 품질에 대한 신뢰를 제공하고, 생산자에게는 지역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농가 소득과 판로 확대에 기여한다. 또한 지역의 전통과 생산기술을 후대에 계승하는 역할도 한다.

이제 지역명은 단순한 주소가 아니라 품질과 신뢰의 상징이며, 중요한 지식재산권이다. ‘고령수박’, ‘청송사과’, ‘보성녹차’와 같은 이름 속에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산자의 땀, 그리고 오랜 세월 쌓아온 명성이 담겨 있다. 지리적 표시를 보호하는 이러한 제도들은 공동의 자산을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법적 장치라 할 수 있다.

홍혜종 새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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