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발 고물가 흐름이 4월 전후로 본격화되면서 통화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고물가 여파가 2차 충격으로 확산될 여지가 큰 가운데 평소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던 '비둘기파' 금융통화위원마저 고물가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통화 긴축 필요성을 거론했다. 물가 안정 기조 속 장기간 금리 동결에 힘을 싣는 듯 했던 한국은행은 현 2.5%인 기준금리의 인상 검토를 공식화한 상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6일 열린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현 물가 상승의 심각성에 대해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6%, 전월비 0.4%포인트(p) 상승)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월보다 상당폭 확대됐다"면서 "5월 역시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농축수산물 가격에 대한 기저효과가 더해져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은행은 법률(한국은행법)에 따라 '물가 안정'을 통한 경제 발전 도모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2% 수준이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올해 물가안정목표 달성은 점차 멀어지는 분위기다. 실제 전쟁 전 배럴당 70달러 초반을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5월 들어 100달러 안팎에서 등락 중이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연 평균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가 1.1~1.6%p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은은 고물가 대응방안으로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트는 통화정책 사이클 전환을 고려 중에 있다. 유가가 끌어올린 물가 흐름, 여기에 수출을 앞세운 반도체 사이클과 정부 재정을 활용한 부양책도 물가 상방요인인 만큼 물가 안정화를 위해서는 통화 긴축이 급선무라는 측면에서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달 3일(현지시각)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한은이 이처럼 직접적으로 금리 인상 시그널을 내비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한은 내부는 금통위 내 대표 '비둘기파'로 통했던 신성환 전 금통위원이 매파적 통화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거론할 정도로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는 퇴임 전 마지막 간담회에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물가 관리 목표치인) 2%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 시점에서 금리 인하를 원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신 전 위원은 또한 "성장과 물가가 상충한다면 당연히 인플레(물가 상승)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며 한은의 피벗(pivot) 기조에 힘을 보탰다.
대내외 상황도 한은의 긴축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당초 연내 금리 인하가 유력시 됐던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ㆍFed)에서도 전쟁발 인플레 이슈가 커지면서 장기간 동결, 혹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국 간 금리 역전 차가 1.25%p인 상황에서 역전 폭이 확대될 경우 환율에 악재로 작용,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다. 한은 금통위 구성 역시 매파에 한층 가까워졌다. 이창용 전 한은 총재와 신성환 전 금통위원이 떠난 자리에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신현송 신임 총재와 김진일 고려대학교 교수가 후임 금통위원에 내정돼 첫 금통위 참석을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연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로 보고 그 시기를 가늠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씨티은행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7월과 10월 각각 25bp(1bp=0.01%포인트)씩 인상해 기준금리가 연내 3.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더해 내년 1월과 4월에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해 최종 금리 수준이 3.5%에 이를 것이라며 기존보다 한은의 긴축 강도를 높여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