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광케이블 보급률 OECD 2위 불구, 고부가 '프리폼' 자체 생산은 단 1곳뿐
산업연구원 "프리미엄 프리폼 핵심전략기술 지정 및 차세대 R&D 시급"

AI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 수요 확대로 광섬유가 핵심 인프라 소재로 부상하며 전 세계적인 가격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을 자랑하는 한국은 정작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소재인 '프리폼(Preform)' 제조 역량이 부족해 범용 제품 생산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시대의 근간이 되는 광섬유 소재 경쟁력과 공급망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시대 주목받는 광섬유, 한국의 현주소와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용 서버는 기존 클라우드 서버보다 약 16배 많은 광섬유를 필요로 한다. 4대 빅테크의 2026년 설비투자 계획은 약 7250억달러로 전년 대비 약 77% 급증했다.
해저 광케이블 신규 투자 역시 2025~2027년 약 130억달러에 달해 직전 3년의 2배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AI용 광케이블 수요는 2025년 77% 증가에 이어 2029년까지 연평균 26%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수요 폭발과 초과공급 해소가 맞물리며 글로벌 광섬유 현물가격 지수(CRU)는 2024년 3월 78.6에서 2026년 3월 263.0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이처럼 광섬유 시장이 프리미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한국의 기초 체력은 부실한 실정이다.
한국은 유선 인터넷 회선의 90.5%가 광케이블 기반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광섬유 밸류체인에서 나노미터 수준의 굴절률 제어가 요구돼 부가가치가 집중되는 '프리폼'을 자체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대한광통신 1개사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범용(G.652.D) 제품에 치중돼 있어, 데이터센터 간 연결(DCI)이나 해저케이블에 쓰이는 프리미엄 규격(G.654.D/E)과 차세대 광섬유(MCF·HCF) 양산 역량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는 수출 실적 하락으로 직결됐다. 한국의 광섬유 수출액은 2022년 5800만달러에서 2025년 2700만달러로 연평균 22.3% 급감하며 세계 15위로 밀려났다.
수출 단가 역시 kg당 81달러에서 63달러로 하락해,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일본(kg당 111달러)과 큰 격차를 보이며 중국(26달러), 인도(17달러)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보고서는 주요 선도국들이 자국 광섬유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반면 한국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200대에 광섬유 소재가 독립 분야로 포함되지 않아 산업 육성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일본, 미국은 공공조달 우선 구매나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두터운 수요 기반을 조성하고 공급망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탁은명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현 구조가 지속될 경우 한국이 프리미엄 시장을 해외에 내어주고 범용 저가 경쟁에 고착될 우려가 크다"며 "해저케이블 등 국가 기간망의 핵심 소재를 해외에 의존하면 공급망 안보도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프리미엄 광섬유 프리폼의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지정, 차세대 광섬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 주도의 대형 연구개발(R&D) 추진, 전력망·통신망 등 공공 기간사업 내 국산 광섬유 소재 활용도 제고 등 수요와 공급을 아우르는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