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운항 차질에 해운업계 부담 확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소속 벌크선 ‘나무호’의 화재가 정체불명 비행체에 의한 피격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국내 해운업계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막연한 우려에 머물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적선에 대한 실질적 공격으로 실체화되면서, 현장은 ‘공포의 경영 환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중동 항로 리스크 장기화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반복될 뿐만 아니라 선박 수리 비용, 보험료 상승, 대체 선박 투입에 따른 기회손실 비용까지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이번 피격 사건의 여파로 국내 선사들이 감내해야 할 추가 비용은 하루 평균 5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평시 대비 20배 가까이 치솟은 전쟁 위험 보험료와 급등한 유류비, 선원 위험 수당 등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비 성격의 지출이 선사들의 재무 구조를 정면으로 타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동 항로 리스크가 실제 물리적 피해 단계를 넘어 연쇄적인 비용을 불러오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보험료 상승이나 운항 지연 수준의 간접 피해가 주로 거론됐지만, 이번에는 국적선이 직접 피격되며 선체 손상과 화재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선박 수리 비용뿐만 아니라 운항 공백과 대체 선박 확보 비용, 신규 화물 운송 차질에 따른 기회손실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나무호는 좌현 선미 외판이 폭 약 5m, 선체 내부로 약 7m 깊이까지 파공된 상태다. 선체 내부 프레임도 안쪽으로 휘어졌으며 기관실 화재 역시 1차 타격 직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무호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내 수리 조선소에 정박 중이며, HMM은 현지 조선소와 협의를 거쳐 본격적인 수리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HMM 관계자는 “정부 조사가 마무리돼 현지 수리 조선소와 향후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수리 범위와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동 항로 전반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한국 선박 26척과 한국인 선원 약 160여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HMM 역시 나무호 외에도 원유·석유제품 운반선 2척, 벌크선 2척, 컨테이너선 1척 등 총 5척을 중동 해역에 운항 중이다. 이에 선원들의 안전 확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HMM 나무호가 사고 당시 미상의 비행체 2기에 약 1분 간격으로 타격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폐쇄회로(CC)TV 영상과 항해기록저장장치(VDR), 선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외부 충격에 따른 사고로 결론 내렸다. 다만 정부는 비행체의 구체적 정체나 공격 주체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우리 정부는 나무호 등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으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는 추가 조사를 통해 공격 주체, 정확한 기종, 물리적 크기를 식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 이후 중동 항로 위험 수준이 실제 피해까지 이어져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운임과 에너지 비용, 공급망 부담까지 동시에 확대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