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1호 사건, '심리불속행 기각' 시험대에…법조계 의견은

입력 2026-05-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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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심리불속행 기각’에 녹십자 측 패소 확정
"헌재, 심리불속행에 관한 기준 제시할 가능성"

▲서울 종로구에 있는 헌법재판소 상징. (이투데이 DB)
▲서울 종로구에 있는 헌법재판소 상징. (이투데이 DB)

헌법재판소는 최근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녹십자 백신 입찰담합 과징금 사건'을 본안 심리에 올렸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 1호 사건으로 심리불속행 기각 사건을 택한 것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8일 녹십자가 청구한 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3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이후 전원재판부 회부 결정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녹십자는 질병관리청이 2017년 4월부터 2019년 1월 사이 발주한 HPV4가 백신 구매 입찰에서 백신 도매상들을 들러리로 섭외해 입찰에 참여한 뒤 1순위로 낙찰받아 입찰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다.

이에 녹십자는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를 제기했지만,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녹십자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올해 2월 대법원 역시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중대한 법령 위반이 없는 경우 대법원에서 심리 과정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다. 기각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은 민사 본안사건 1만2360건 중 8451건을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했다. 이는 소권을 남용한 특정인의 소송 건수는 제외한 수치다.

같은 기간 가사 본안사건은 673건 중 577건이, 행정 본안사건은 3934건 중 3023건이 심리불속행 기각됐다.

녹십자 측은 △같은 사안으로 다툰 형사 재판에서는 무죄 확정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재판청구권, 재산권 등이 침해 등을 이유로 들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제도 운용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범준 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대법원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한다는 명분으로 판결문을 쓰지 않고 사건을 처리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남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 헌재는 인용 여부를 떠나 상고심특례법에 따른 심리불속행 기각에도 한계가 있음을 밝히고,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을 이유로 판결을 취소한다면,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만 하지 않으면 돼 판결문을 제대로 쓰고 이전 결론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국내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리불속행에 대한 비판과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헌재가 심리불속행 사건을 택한 것은 국민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취지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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