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어주던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가 폐지·축소될 상황이 되면서 주택 보유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개편안이 현실화하면 서울 강남권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금은 현재보다 네 배 이상 폭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윤종오 진보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0명이 1주택자의 장특공제를 전면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깎아주던 기존 방식을 없애고 대신 '1인당 평생 2억원' 한도의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이재명 대통령도 장특공제 축소 내지 폐지 뜻을 드러냈다. 거주하지 않는 집을 장기 보유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깎아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22일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윤 의원 등의 개정안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에 따르면 양도차익이 큰 고가 주택일수록 세 부담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10년 전 20억원에 취득해 10년을 거주한 뒤 40억원에 파는 경우(양도차익 20억원) 현행 제도에서는 80% 공제를 받아 약 9406만원의 양도세를 낸다. 하지만 개정안대로 장특공제가 폐지되고 2억원의 세액공제만 받게 되면 양도세는 약 3억9922만원으로 4.2배 증가한다. 30억원 아파트(차익 15억원) 보유자도 현행 약 5226만원에서 약 1억5511만원으로 세 부담이 세배 가까이 늘어난다.
반면 양도차익이 적은 중저가 주택은 혜택을 본다. 7억원에 사서 15억원에 파는 경우 현행 약 348만 원이던 세금이 2억원 세액공제 한도 내에서 산출세액이 모두 상쇄돼 0원이 된다. 이번 개편안의 타깃이 철저히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가 시장 충격을 고려해 전면 폐지보다는 비거주 1주택자나 고가 주택에 한해 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거론되는 주요 시나리오는 △보유 공제 폐지 및 거주 공제만 인정 △최대 공제율 80%에서 40~50%로 축소 △비거주 1주택자 공제 배제 등이다.
실제 공제율 40% 축소안만 적용하더라도 강남권 고가 주택자는 '세금 폭탄'을 피하기 어렵다. 우 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30억원 아파트(차익 15억원) 보유자의 경우 공제율이 80%에서 40%로 낮아지면 세금이 약 5226만원에서 약 2억879만원으로 약 네 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특공제는 1988년 도입 이후 1주택 실수요자 보호의 상징이었다. 장기 보유에 따른 물가 상승분을 공제해 세 부담을 낮추고 매물 잠김을 막는다는 취지였다. 2009년 최대 공제율이 80%로 확대된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21년부터 이를 보유(40%)와 거주(40%) 요건으로 분리하며 실거주 의무를 강화했다. 이번에 이를 개편하게 된다면 한 발 더 나가 비거주 보유분에 대한 혜택을 걷어내고 '거주'하지 않는 주택은 더 이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연령과 자산 구조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상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른 '각자도생'식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갈아타기 수요가 활발한 40~50대의 경우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등으로 인해 선뜻 매도에 나서기 어려운 반면 장기 보유로 양도차액이 큰 70~80대 고령층은 움직일 유인이 있다"며 "보유 공제 혜택이 사라지기 전 유예기간을 활용해 중대형 평형을 처분하고 신축 소형 평형으로 옮기는 '다운사이징'을 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입주가 어려운 비거주 1주택자들에게는 '실거주 회귀'가 유일한 방어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美 IAU 교수)은 "비거주 1주택자들은 정책이 확정되기 전 어떻게든 해당 주택에 들어가 살며 거주 기간을 채우는 '실거주 전략'에 사활을 걸 것"이라며 "억 단위 세금 차이 앞에서 강남권 보유자들은 매도보다는 장기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아예 확실한 상급지로 이동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