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는 순간에 '계엄' 꼽아⋯"해외ㆍ언론 분위기 진화 노력"

임기를 마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퇴임 후 당분간 국내에 있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 오랜 시간 머물렀던 대학 강단 대신 경제 평론 및 연구, 자문 등을 통해 국내외 경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20일 이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당분간 한국에 있을 것 같다"며 "(유튜브는) 농담처럼 이야기를 했지만 어떤 매체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선택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는 그간 경제 현안과 관련해 말을 아꼈던 역대 총재들과 다소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에대해 이 총재는 "(요즘은)뒤에서 가만히 있으면 알아주는 세상은 아니지 않나. 나는 명확하게 이야기 하는 스타일이 좋다"면서 "여러 비난이 있을 수 있는데 일단 목소리를 내기로 했으면 비난은 감수해야지"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 총재는 4년 간 임기 평가에 대해 "경제정책, 특히 통화정책 특성 상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게 중앙은행의 숙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년 간 여러 상황이 있었는데 내 능력과 한계 안에서 나라 전체를 생각해 가장 좋은 판단이 무엇인가를 바탕으로 정책을 했다는 점에서 나는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임기 중 가장 보람됐던 순간에 대해선 "신이 이래서 나를 한은 총재로 보냈구나 생각한 순간이 바로 계엄 당시"라며 "계엄 직후에 정말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국내 언론보다 해외에서 (계엄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다"며 "그래서 우리 직원들에게 서둘러 보고서(페이퍼)를 만들라고 해 그 논리로 외신 인터뷰를 했는데 효과가 생각보다 잘 작동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학개미 환율 영향' 발언 논란에는 "당시에는 부정적으로 언론 보도도 됐지만 데이터 자체가 그랬다"며 "발언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서학개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내국인 투자가 즐면서 환율이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이야기는 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과 물가, 성장률 등 각종 거시지표에 대한 '한은 책임론'에 대해 그만큼 중앙은행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오지랖 이야기도 많이 듣지만 지금 어떤 문제가 있으면 한은이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이 높지 않나"며 "어떤 면에서는 기대가 높아진 만큼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 직원들을 향해서도 "비교 대상을 (주변 사람들이 아닌) 더 크게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한은 내에 워낙 능력있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비교를 더 넓게 하면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새 총재님이 워낙 뛰어난 분이 오실 것인 만큼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 총재가 이임식을 갖고 한은을 떠났으나 신현송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아직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저도 그렇지만 신 후보자님이 워낙 바쁘셔서 이메일을 한 번 정도 주고 받았다"면서 "능력있는 분을 모신 만큼 최대한 빨리 처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기 총재에 대한 조언에 대해서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신 분인데 제가 어떻게 조언을 하겠느냐"며 "오히려 제 임기 4년 간 워낙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