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마음은 누가 돌보나…시화병원, 자살 시도자 최전선 직원들에게 '마음 점검' 시간 열었다

입력 2026-04-16 14:14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감정온도계·마음우체국 등 체험부스 운영…박지명 센터장 "돌보는 사람의 소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김용기 시화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부센터장(가운데)과 센터 직원들이 15일 본관 지하 1층에서 열린 '제1회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캠페인' 현장에서 OX퀴즈 부스를 운영하며 직원들의 정신건강 증진 활동을 이끌고 있다. (시화병원)
▲김용기 시화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부센터장(가운데)과 센터 직원들이 15일 본관 지하 1층에서 열린 '제1회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캠페인' 현장에서 OX퀴즈 부스를 운영하며 직원들의 정신건강 증진 활동을 이끌고 있다. (시화병원)
응급실 문이 열리고 자살시도자가 실려 들어오는 순간, 가장 먼저 그 앞에 서는 건 의료진이다. 환자의 생명을 붙잡아 올리는 일을 매일 반복하는 이들의 마음은 누가 돌볼 것인가. 경기 서남부권의 한 거점병원이 그 질문에 먼저 답을 내놨다.

15일 시흥 시화병원 본관 지하 1층. 점심시간을 앞둔 이 공간이 평소와 달랐다. '오늘, 내 마음에 똑똑'이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 네 개의 체험 부스가 차려졌고, 흰 가운과 하늘색 근무복 차림의 직원들이 하나둘 줄을 섰다.

이날 열린 '제1회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 캠페인'은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통상적인 예방 캠페인과는 결이 달랐다. 대상이 환자가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부스는 네 가지로 구성됐다. 스스로 우울감을 점검해보는 '감정온도계와 마음검진', 정신질환과 자살예방 지식을 확인하는 'OX퀴즈', 익명으로 자신의 마음을 적어 넣는 '마음 우체국', 그리고 동료와 웃으며 사진을 남기는 '포토부스'였다.

OX퀴즈 부스 앞에서 만난 한 직원은 "매일 환자만 보다 보니 정작 내 마음이 어디쯤 와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문제 하나하나 풀면서 '아, 내가 그동안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구나' 싶었다"고 했다.

감정온도계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또 다른 직원은 "숫자로 내 마음을 찍어보라고 하니 막상 펜을 못 들겠더라"며 "막연히 괜찮다고 믿고 일했는데, 점검해보니 생각보다 많이 지쳐있었다. 오늘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마음 우체국 앞에서는 손글씨로 편지를 접는 직원들이 보였다. 한 직원은 "누구에게 보내는 건 아니고, 나한테 쓰는 것"이라며 "평소에 나한테 수고했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 처음 써봤다"고 웃었다.

점심을 마친 한 의료진은 "업무를 잠시 멈추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마음 상태를 진단해 볼 수 있어 스스로를 돌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시화병원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는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자살시도자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치료와 상담, 사후 관리까지 이어가며 지역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위기 상황의 환자를 가장 먼저 마주하는 만큼,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정서적 부담은 일반 진료과와 비교할 수 없다. 이번 캠페인이 의료진의 소진 예방에 초점을 맞춘 이유이기도 하다.

박지명 시화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센터장은 "돌보는 사람의 소진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행사"라며 "이번 캠페인이 환자를 돌보는 직원들에게 잠시나마 재충전과 힐링의 시간이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의료진과 센터 간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공고이 해 지역 내 자살 예방과 자살시도자에 대한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을 지킨 김용기 부센터장은 마지막까지 부스 앞에서 직원들을 맞으며 OX퀴즈 정답을 안내하고 감정온도계 결과를 같이 들여다봤다. 그 모습 자체가 이 캠페인이 전하려는 메시지처럼 보였다. 환자를 살리는 손은 누군가 먼저 잡아줘야 한다는 것.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美·日·대만 증시는 사상 최고치 돌파⋯코스피도 신고가 ‘코앞’일까
  • 냉방비 인상 없이 한전은 버틸까⋯커지는 한전채 부담
  • '우리동네 야구대장' 고된 프로야구 팬들의 힐링 방송 [해시태그]
  • 美 유명 가수 d4vd, 14세 소녀 살해 범인?⋯살인 혐의로 체포
  • 항공유 바닥난 유럽 항공사⋯잇따라 운항편 감축
  • 칼국수 1만원 시대⋯"이젠 뭘 '서민음식'이라 불러야 하죠?" [이슈크래커]
  • Vol. 4 앉아 있는 시간의 가치: 상위 0.0001% 슈퍼리치들의 오피스 체어 [THE RARE]
  • '수출 호실적' 경상수지 흑자 커질수록 뛰는 韓 환율⋯왜?
  • 오늘의 상승종목

  • 04.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3,346,000
    • +1.29%
    • 이더리움
    • 3,517,000
    • +1.21%
    • 비트코인 캐시
    • 668,000
    • +0.38%
    • 리플
    • 2,148
    • +0.56%
    • 솔라나
    • 129,400
    • -1.52%
    • 에이다
    • 378
    • -0.26%
    • 트론
    • 484
    • +0.62%
    • 스텔라루멘
    • 254
    • +2.42%
    • 비트코인에스브이
    • 23,980
    • +0.71%
    • 체인링크
    • 14,020
    • -0.36%
    • 샌드박스
    • 124
    • +1.6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