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전면 금지 '투자·IPO' 위축 불러… 금융위, 예외 검토

입력 2026-04-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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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벤처 생태계 직격탄 우려 목소리
업계 “일률 규제보다 예외·유예 필요”
재배당·세제 보완·인센티브 병행해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정부가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 개선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기업 성장과 자본시장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 인수·합병(M&A), 벤처기업 회수 등 다양한 경로에서 발생하는 자회사 상장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자금 조달과 투자 유인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6일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를 열고 기업공개(IPO) 질적심사 기준에 중복상장 특례를 마련해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달 금융당국이 ‘원칙 금지, 예외 허용’ 방침을 밝힌 데 따른 후속 의견수렴 절차다. 불가피하게 자회사 상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영향 평가와 보호 방안 마련 의무를 부과한다. 심사 기준은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등 세 축으로 구성되며,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이 제한된다.

다만 기업 측에서는 규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적용 방식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주회사 전환, 신사업 육성, 기술기업 인수 이후 자금조달 등 현실적인 기업 활동과 맞물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춘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주주 보호는 분할 단계, 자회사 형성, 상장 과정, 상장 이후까지 전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상장 시점에 일반주주 동의를 받는 것만으로 보호가 완성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장을 막는다고 보호되는 것도, 동의를 받았다고 충분히 보호되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물적분할이나 인적분할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이 과도하게 부여되면 기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가 제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벤처업계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우려가 나왔다. 안상준 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벤처기업이 기술기업을 인수해 자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은 국제적으로 일반적인 방식”이라며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 M&A 시장이 위축된다”고 말했다. 이어 “IPO까지 1년 이상 걸리는 환경에서 M&A는 중요한 성장 경로”라며 “이 구조가 막히면 벤처기업 자금조달뿐 아니라 공모펀드 투자에서 IPO 회수로 이어지는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결국 IPO 시장 위축과 혁신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예외와 유예를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장 기능 위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방한철 한국투자증권 본부장은 “IPO 자금은 설비투자, 연구개발(R&D), 신규사업에 활용돼 기업 성장을 가속화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경쟁력 있는 기업의 중복상장은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회사 전환 기업이나 M&A 기업은 정책 변화로 혼란을 겪는다”며 “시장별 유예기간을 두는 등 현실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했다.

핵심 보완책으로는 주주환원 구조 개선을 제시했다. 특히 자회사 배당을 모회사로 환류시키는 ‘재배당 구조’ 마련을 주요 대안으로 거론했다. 모회사 일반주주가 자회사 성장의 과실을 현금흐름 형태로 공유할 수 있도록 공모주 우선 배정이나 재배당을 제도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해외에서는 자회사 상장 시 주식을 나눠주는 스핀오프 방식이 일반적”이라며 “국내는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에 배당소득세가 과세되는 만큼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중복상장을 줄이기 위한 인센티브 설계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규 규제뿐 아니라 기존 중복상장 해소를 유도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순자산가치(NAV) 할인율 공시, 자발적 해소 인센티브, 세제 혜택, 상장 유지 부담금 등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세미나 의견을 반영해 이달 중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예고할 계획이다. 상반기 내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7월부터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인 중복상장과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복상장을 엄격히 구분해 심사할 것”이라며 “세부 기준과 절차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하고, 시행 이후에는 모범사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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