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바뀐 ‘대기업 잔치’가 된 신속시범사업 [K-방산, 그들만의 리그 上]

입력 2026-04-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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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업 평가기준 맞추기 어려워
성과지표, 기존 방산 기업에 유리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과제 선정 업체 면면을 보면 현대로템, 현대위아, 기아, 한화시스템,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SNT다이내믹스 등 기존 방산 대기업이 다수를 차지한다. 애초 민간 혁신기업의 국방 진입로를 넓히겠다던 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들이 사업권을 휩쓰는 사이,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민간 혁신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특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보고서를 통해 이 사업이 까다로운 획득 절차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활용될 우려를 공식화했다. ‘혁신 기술 수혈’이라는 명분은 사라지고, 대기업 중심의 낡은 관행만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산업계 전문가들은 민간 첨단기술 보유 기업이 아닌 기존 방산업체 위주로 흘러가는 쏠림 현상이 제도 설계 단계부터 예견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업 실적이나 까다로운 보안 시설 요건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현행 방식 아래에서는 기존 방산 대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민간의 진짜 혁신 기술보다는 기존 업체가 수행하기 용이한 ‘안전한 과제’가 선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현행 제도의 성과지표가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군 활용성 인정률’이나 ‘후속 소요 연계율’처럼 수치화된 성과를 중시하다 보니, 실패 위험이 큰 첨단 기술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모험적인 기술보다 군이 바로 사줄 만한 쉬운 과제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2023년 전담기관인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이 출범하면서 이러한 경직성은 더욱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조직이 신설되고 예산이 배정됨에 따라 기관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조직과 예산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수준 미달의 과제라도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조직의 존립이 기술 혁신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앞서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직 방사청 관계자는 “조직과 인력, 예산이 늘어났으니 결과물을 내야 하고 예산을 다 못 쓰면 다음 해 예산이 삭감될 수 있기 때문에 수준 미달 과제들도 선정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원래 7~10년 걸리는 전력화 시간을 줄여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방산업체들이 신속시범사업을 노린다”며 “결국 대기업들이 빠르게 이윤을 내는 창구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신속시범사업제도가 애초 취지와 달리 비방산업체가 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짧은 기간(2년) 내 무기체계 시제 개발을 완료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있어 체계공학 절차 통합 및 생략, 개발 간 작성하는 문서 산출물 간소화 등 업체의 행정 부담이 완화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 및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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