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이전 막기 위한 상법 1호 실험

HMM 육상노조가 본사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이사진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상법 개정으로 확대된 ‘이사의 충실의무’를 근거로 배임 책임을 묻겠다는 전략으로, 이를 위해 노조원들의 주식 매입까지 독려하며 ‘주주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MM 육상노조는 경영진이 본사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주주 이익을 훼손했다며, 상법상 충실의무 위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조는 해당 사안을 이른바 ‘상법 개정안 1호’ 사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응의 핵심은 노조원의 ‘주주화’다. 지난해 7월 시행된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했다. 노조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주식 매입을 적극 독려해 왔다.
노조는 지난해 연말부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주식 매입을 권유해 왔으며, 현재 800여 명의 노조원 중 상당수가 회사 주식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주주총회에서 발언권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소액주주와 연대해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원들 사이에서 주식 매입 현황을 공유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며 “소액주주 모임과도 연결해 주주 대표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본사 이전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측이 지난해 9~10월경 외부 자문을 통해 진행한 본사 이전 타당성 검토 결과, 부산 이전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됐음에도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본사를 서울에 유지하는 경우와 전면 이전, 일부 조직 분리 이전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전략적·운영적 타당성을 분석했다. 전략적 측면에서는 전면 이전과 분리 이전 모두 대부분의 항목에서 경쟁력 약화가 나타났고, 운영 측면에서도 일부 지표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업무 효율 저하와 인력 이탈, 인력 수급 악화 등이 예상됐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부산 이전이 전반적인 역량 약화를 초래해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전략 및 운영 관점에서 부산 이전은 뚜렷한 효익이 없다”며 “역량 손실과 추가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회사 측 역시 해당 보고서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근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상법 개정안을 활용한 법적 대응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이번 사안이 실제 고발로 이어질 경우, 개정 상법 적용을 둘러싼 첫 사례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