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영향력’, GM은 ‘고용불안’… 기업별 급소 파고든 ‘노란봉투’ 공세 [노란봉투법 한 달, ‘교섭의 덫’]

입력 2026-04-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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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교섭의제 차이 뚜렷
포스코 ‘고용구조’로 전형적 충돌
조선3사는 ‘사용자성 인정’ 조건
원·하청 역할 구분 제대로 안돼
책임범위만 확대…갈등 반복 우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개정 법률)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 터진 ‘원청 교섭’ 요구는 업종별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철강·자동차 등 대표 제조업을 중심으로 갈등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교섭 요구의 근거와 방식, 쟁점은 산업 구조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모습이다.

9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포스코의 원ㆍ하청 교섭 관련 교섭단위 분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국플랜트건설노조 등 3곳과 교섭해야 한다. 여기에 포스코 원청 노조까지 포함하면 포스코는 매년 4개 노조와 단체교섭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금속노조는 포스코 사내하청 문제와 관련해 원청을 직접 교섭 대상으로 지목했다. 특히 과거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결을 근거로 “실질적 사용자” 책임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단순 임금 문제가 아니라 고용 구조 자체를 교섭 의제로 끌어올리며 원청 책임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에서, 노란봉투법이 겨냥한 전형적인 충돌 사례로 평가된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공정 통제’ 논리가 전면에 등장했다. 현대모비스 협력사와 현대자동차 계열 하청 노조는 생산공정 운영, 작업 지시, 안전 관리 등에서 원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만큼 실질적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완성차와 부품사 간 수직 계열화 구조 속에서 원청이 생산 계획과 납기, 품질 기준을 좌우하는 만큼 노동조건 역시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는 논리다.

이 경우 교섭 요구는 단순한 법리 다툼을 넘어 생산 현장의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공정 연계성이 높아 부분 파업이나 갈등이 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하청노조는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지난달 10일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를 통해 원청에 3차 교섭 요구서를 보냈다.

한국지엠 사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하청 노조는 법 시행 첫날 곧바로 원청에 교섭 공문을 발송하며 고용 불안, 산업 안전, 임금 체불 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기존 하청 사용자와의 교섭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법 시행 효과를 즉각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삼호 등 조선업 원청 3곳은 교섭 절차에는 응하면서도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교섭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는 지난달 사내하청지회의 교섭 요구를 공고하고 해당 노조를 교섭 요구 노조로 확정했다. 다만 두 회사는 공문에 명시된 협력사에 한해 절차를 진행하되, 계약 외 사용자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교섭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안전 문제와 일부 처우 개선은 협의 가능하지만 임금 인상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건드린 것은 개별 사업장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하청 간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 범위만 확대되면서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쟁점은 임금이 아니라 통제와 책임의 문제”라며 “원청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기준이 정리되지 않으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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