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DLF 후폭풍에 투자상품 영업 ‘보수화’ 전환
“상품 취급 제약⋯연금·신탁 등 수익 확보가 대안”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영업 현장에서는 투자상품 판매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잇따른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둘러싼 대규모 손실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투자상품 영업 전반이 보수적으로 재편된 영향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기조 강화로 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기점으로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논란이 이어지며 관련 규제는 단계적으로 강화됐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제재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은행권의 공포감이 커졌다. 금감원은 이번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 주요 시중은행에 부과할 과징금을 1조4000억원 규모로 책정했다. 이는 부당이득 추정치(1000억~1100억원)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2019년 DLF 사태 당시 최고경영자(CEO) 중징계와 기관경고를 내린 데 이어, 이제는 천문학적 과징금까지 더해지며 ‘투자상품 판매=경영 리스크’라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 이후 상품 수익성보다 고객 손실 가능성과 민원·분쟁 발생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상품 출시와 판매 과정에서도 사전 검토 단계가 크게 강화됐다”고 말했다.
실제 영업 방식도 방어적으로 변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고난도 투자상품은 전문 인력이 배치된 거점 점포에서만 제한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예대마진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숙제는 있지만, 현재 분위기에서 공격적인 상품 판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익 구조의 중심축도 이동하고 있다. 고위험 상품 판매 수수료 대신 자산관리(WM), 퇴직연금, 신탁 등 안정적인 모델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당장의 수수료 실적보다는 고객 자산 규모(AUM)를 키워 장기적인 관리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상속·증여·연금 등 고객 라이프사이클에 맞춘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체질 개선은 단기간 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시장 호황을 즉각 수익으로 연결하는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안정 중심의 자산관리로 재편되면서 당분간 비이자이익의 비약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