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한 달 새 7% 가까이 상승…개인 차익실현·기업 인출 확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은행권 달러예금 잔액이 한 달 새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급등에 개인은 차익실현에 나섰고, 기업은 결제성 자금 인출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30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총 598억7825만 달러(약 90조2066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2월 말 658억4336만 달러보다 59억6511만 달러(9.1%)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말 671억9387만 달러와 비교하면 73억1563만 달러(10.9%)나 감소했다.
달러예금 잔액이 한 달 만에 60억 달러 가까이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기존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고 신규 자금 유입도 줄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예금 감소세는 환율이 오를 만큼 올라 추가 상승 기대가 크지 않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환율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크게 뛰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2월 27일 1439.7원에서 다음 거래일인 3월 3일 1466.1원으로 상승했다.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며 3월 16일 1500원을 넘어섰고 지난달 31일에는 1536.9원까지 올랐다. 한 달 새 7% 가까이 오른 셈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달러예금 감소를 환율 전망 변화의 한 단면으로 보기도 한다. 중동 상황이 더 악화하면 원·달러 환율 상단이 1600원대까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 가능성과 고점 부담을 의식해 추격 매수에 신중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는 것이다. 환율 추가 상승 기대와 고점 경계심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해석이다.
은행권에서는 환율 급등 이후 달러예금 수요가 다소 둔화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개인 고객은 고점 인식 속에 차익실현에 나섰고 기업 고객은 결제성 자금 수요를 기존 예금으로 충당하면서 잔액 감소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한 이후 개인 고객의 달러 신규 매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며 “고점 인식이 강해지면서 차익실현 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업은 무역 결제나 대금 지급 등으로 정기적으로 달러를 써야 하는데, 환율이 높을수록 기존에 보유하던 예금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최근에는 결제성 자금 인출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예금 잔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