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심 제도는 확정된 종국판결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장치지만 실제로는 엄격한 요건과 절차로 인해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최근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재판소원’이 도입되면서 판결에 대한 추가 구제 수단이 마련됐지만, 사법 안정성을 둘러싼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심 제도는 확정된 종국판결이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판결을 취소하고 이미 종결된 사건에 대해 다시 심판하는 제도다. 재심 개시 여부를 먼저 판단하는 단계와 이후 본안 심판으로 나뉜다. 다만 사법부가 기존 판결의 오류를 스스로 인정하는 절차인 만큼 개시 결정 자체부터 엄격하게 제한되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재심이 인정된 사례들은 국가권력의 중대한 과오나 새로운 결정적 증거가 확인된 경우에 한정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 사건이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된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으로, 진범 존재에 대한 구체적 제보와 수사기관의 가혹 행위가 입증되면서 16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역시 자백과 DNA 분석 등 새로운 과학적 증거가 기존 유죄 판단을 뒤집는 근거로 작용했다.
반면 재심 개시 결정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08년 재심이 청구된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재심 개시 결정까지 4년이 소요된 바 있다. 법원은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더라도 기존 판결을 뒤집을 정도로 충분히 결정적이지 않거나, 당시 재판 과정에서 제출 가능했던 자료라는 이유로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성이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한계 속에서 2월 27일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됐다. 법원의 확정 판결 자체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해 기본권 침해 여부를 다툴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입 일주일 만에 100건 이상이 접수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를 통상적인 불복 절차의 연장선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재판소원과 병행될 판결 효력 정지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확정 판결의 집행이 헌법재판소 판단 전까지 중단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이 경우 승소 판결을 받은 당사자의 권리 행사 역시 지연될 수 있어 또 다른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보라 변호사는 “사법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가 오히려 법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사법 체계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