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닷컴·투홈 통합해 ‘취향 기반 큐레이션 플랫폼’
신세계·롯데백화점도 이커머스 전략 고도화 추진
쿠팡·네이버쇼핑 등 기존 강자 경쟁도 변수

국내 백화점업계가 온라인 시장에서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가격과 검색 중심의 기존 이커머스 공식을 벗어나 ‘취향’과 ‘발견’을 앞세운 전략으로 판을 다시 짜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문몰 ‘더현대 하이(Hi)’를 선보인 데 이어,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각각 플랫폼 고도화에 나서며 ‘이커머스 2차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6일 ‘더현대 하이’를 공식 출시한다. 기존 더현대닷컴과 현대식품관 투홈을 통합한 이 플랫폼은 단순 쇼핑몰이 아닌 ‘취향 기반 큐레이션 플랫폼’을 표방한다. 메인 화면 최상단에 할인이나 특가 대신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배치, 고객이 상품을 ‘검색’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발견’하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상품 구성도 차별화했다. 오픈마켓처럼 브랜드 무한입점 구조가 아니라 약 3000개 브랜드만 선별해 입점시켰다. 백화점 바이어의 전문성을 온라인에 그대로 이식해 ‘실패 없는 선택’을 돕겠다는 전략이다. 프랑스 봉마르쉐 식품관 ‘라 그랑드 에피세리’를 비롯해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와 팬덤 기반 디자이너 브랜드를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플랫폼은 패션·리빙·식품 등 전문관을 하나의 공간에 묶은 ‘멀티 전문관’ 구조로 구현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 관심 기반 데이터 축적 기능 ‘젬(Gem)’, 이용자 커뮤니티 ‘미스페이스’ 등을 결합해 콘텐츠와 소통 중심 커머스로 확장했다.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고객 취향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
현대백화점이 이러한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경쟁사들의 온라인 강화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신세계백화점(신세계)은 지난해 5월 ‘온라인추진단’을 신설하며 이커머스 역량 강화에 나섰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온라인몰을 통합해 출범시킨 SSG닷컴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신세계V’, 신세계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 ‘비욘드 신세계’ 등 플랫폼이 분산된 상태다. 온라인추진단은 향후 더 효율적인 운영 방향을 두고 전략을 검토 중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비아신세계’를 론칭, 이커머스를 넘어 여행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숙박·관광·미식 등 경험 전반을 연결하는 구조로, 백화점의 VIP 고객과 프리미엄 콘텐츠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백화점도 롯데온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업을 전개하는 동시에 롯데백화점 앱과 백화점몰을 병행 운영 중이다. 최근엔 롯데온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전면 개편해 맞춤형 쇼핑 경험을 강화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처럼 백화점업계는 온라인 경쟁이 상품을 얼마나 많이, 싸게 파느냐를 넘어 고객에게 얼마나 정교하게 ‘제안’하고 ‘경험’을 제공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쿠팡과 네이버쇼핑 등 기존 플랫폼 강자들이 장악한 트래픽과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이다. 큐레이션과 경험 중심 전략이 실제 구매 전환과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도 향후 성패를 가를 변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더 이상 가격 경쟁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며 “백화점이 가진 MD 역량과 프리미엄 경험을 온라인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