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전쟁에 유가 급등..해외IB들 이어 국내 전문가들도 인상 가능성 제기
시장금리는 이미 연내 다섯차례나 인상 반영 중
▲2023년 5월 19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형 컨테이너선 등이 항행하고 있다. (AP/뉴시스)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둘러싼 시장 전망이 ‘동결’에서 ‘인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촉발한 하반기 금리 인상 시나리오가 국내 전문가들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다만, 현 시장금리는 이미 과도한 긴축 경로를 선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글로벌 IB들을 중심으로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 7월과 10월 각각 25bp(1bp=0.01%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하반기 인상론의 포문을 열었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근원물가로 확산될 경우 통화정책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ING도 7월 금리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상황 악화 시 인상 시점이 5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반도체 중심의 경기 회복세로 추가 인하 명분이 약해진 가운데, 미국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로 인해 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등 금융불균형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정책 리스크가 하방에서 상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각종 지표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달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은 533억달러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50.4% 늘었다. 이중 반도체 수출액은 187억달러로 전년대비 163.9% 급증했다. 물가상승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2월 반도체 디램(DRAM) 생산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09.6%까지 치솟았다. 작년 12월 84.9%를 기록해 1996년 1월 통계집계 이래 최대 상승폭을 경신한 후 올 1월(177.0%)에 이어 빠르게 상승 중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장중 한때 1517.4원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3월10일(1561.0원) 이후 17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브랜트유도 100달러를 오가고 있다. 올 들어 이달 23일까지 브랜트유 평균가격도 74.71달러에 달한다. 이는 한은 물가전망 전제치인 올 64달러(브랜트유 기준)를 훌쩍 넘긴 수준이다. 올 소비자물가 전망치 2.2%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인상 가능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수석은 “기본 시나리오는 여전히 연내 동결”이라면서도 “100달러대 유가가 이어진다면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각각 한 차례씩 두 번의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도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급격한 인상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고 고유가·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연내 한 차례 정도 인상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신임 총재 체제에서 한두 차례 금통위를 거친 후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 금리는 이미 수 차례 금리인상을 반영 중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3일 3.617%를 기록해 한은 기준금리(현 2.50%)와의 격차를 117bp까지 벌렸다. 이는 글로벌 긴축과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신용시장 불안이 있었던 2022년 11월8일(115.6bp)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대치다. 임재균 수석은 “현재 스와프시장 등에 반영된 금리 수준은 연내 다섯 차례 금리인상을 반영 중”이라며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