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박위진의 문화정책] K콘텐츠 인력정책 ‘축적’에 방점을

입력 2026-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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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장/‘한국문화산업정책사’ 저자

문화산업 매출 늘었지만 고용정체
산업 잔존율·숙련도 장기 추적하고
종사자교육 등 산학협력 강화해야

올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430억 원을 투입해 K콘텐츠 인재 3400여 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인공지능(AI) 특화 콘텐츠 아카데미 신설, 창의인재동반사업 확대, 넷플릭스 연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교육까지 인력공급 확대 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 20년간 문화산업 인력양성 예산은 100억원에서 446억원으로 4.5배 늘었다. 겉으로 보면 ‘더 많이 배출하는 정책’은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제 관점을 바꿔서 얼마나 많이 배출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산업 안에 축적하였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간의 데이터는 복합적 신호를 보낸다. 같은 기간 문화산업 매출은 59조원에서 154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만화·대중음악·게임·지식정보산업 등은 연평균 9%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종사자 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만화 종사자는 증가했지만, 출판은 21만5000명에서 18만3000명으로 감소했고, 게임 역시 14만 명에서 8만5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음악·영화 등 여러 장르도 고용이 정체 또는 축소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매출은 늘었지만 사람은 충분히 남지 않았다. 왜 이런 역설이 나타날까?

첫째, ‘고용 없는 성장’ 구조다. 디지털 전환과 AI 도입으로 생산성은 크게 향상되었다. 소수 인력이 더 큰 매출을 창출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산업 성장은 곧바로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인력양성예산 확대만으로 이 구조를 뒤집기는 어렵다.

둘째, 인력 공급과 산업 수요 사이의 미스매치다. 정부 교육은 예비·미숙련 인력 등 엔트리 레벨 인력 양성 비중이 크다. 문화산업 현장은 신규 인력을 대량 흡수할 여력이 부족하다. 배출된 인력은 타산업으로 이동하거나, 문화산업 내에서도 프리랜서·단기 계약 형태로 머무른다. 인력이 유입되는 속도보다 이탈하는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셋째, 기존 종사자의 숙련도 축적을 지원하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2026년 연간 교육운영 계획을 보면 430억원의 예산 가운데 현업 인력 재교육에 배정된 예산은 매우 제한적이다. 신규 진입 확대에는 적극적이지만, 이미 산업에 몸담고 있는 인력이 기술 변화에 적응하고 숙련도를 고도화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넷째, 산업의 양극화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매출 성장의 과실은 대형 플랫폼과 지식재산(IP) 보유 기업에 집중되는 반면, 제작 현장의 고용 안정성은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다. 프리랜서와 프로젝트 기반 계약이 많은 산업 특성상 종사자 수 통계가 실제 고용의 질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제는 ‘공급 중심’에서 ‘축적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기 교육 이수자 수를 성과지표로 삼는 방식으로는 종사자 수 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교육 수료 후 3년, 5년 뒤 산업 내 잔존율과 숙련도 향상 정도를 추적하는 장기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

AI가 산업 현장을 빠르게 바꾸는 시대일수록 신규 인력을 대거 배출하는 것보다 기존 종사자의 기술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 K컬처의 지속적 경쟁우위 창출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재직자 재교육 확대와 함께,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하여 콘텐츠 분야 재직자를 위한 계약학과 운영 등 산학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K콘텐츠의 성장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인재를 키우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인재가 산업 안에 남아 핵심역량을 축적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430억원의 가치는 몇 명을 배출했는가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몇 명이 5년 후에도 이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가로 재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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