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 토큰·스테이블코인 분리 규율 논의 힘 받을 듯
지분 규제보다 자산 정의·판매 규율 정비 필요성 부각

미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분류 기준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자본시장법과 기본법 간 규율 경계,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등 핵심 쟁점이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국내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을 점검하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가상자산 분류 기준을 제시하면서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논의의 선회도 불가피해졌다. 이번 해석이 국내 논의에 던지는 첫 번째 메시지는 증권형 토큰과 일반 가상자산을 한층 선명하게 분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토큰화된 주식·채권은 증권으로 보되 일반 가상자산과 기능형 토큰,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등은 원칙적으로 비증권으로 분류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자본시장법 관할 증권형 토큰 규율과 디지털자산기본법 관할 비증권 가상자산 규율을 더 명확히 나눠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커졌다.
두 번째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규율 방식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요건, 이용자 상환청구권, 감독 체계 등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하다. 미국이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을 일반 가상자산과 구분해 별도 범주로 정리한 만큼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투자성 가상자산이 아니라 지급·결제 기능을 지닌 별도 자산군으로 보고 규율 체계를 따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 번째 쟁점은 입법의 무게중심 변화 가능성이다. 최근 국내 논의가 거래소 소유 분산과 대주주 적격성, 지분 상한 같은 지배구조 문제에 집중된 반면, 미국은 그보다 앞서 ‘이 자산이 무엇인지’와 ‘어떤 방식으로 판매됐는지’를 먼저 규정하는 접근을 택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지분 규제와 함께 자산 정의, 판매 규율, 공시 체계, 상장 기준 정비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기준이 향후 제도 정합성과 설계 방향을 점검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본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인 차상진 비컴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미국이 기준을 더욱 명시적으로 제시해 국내 제도도 글로벌 규제 흐름과 얼마나 정합성을 갖췄는지 점검해야 한다”라며 “향후 미국과 한국 제도 사이에 차이가 벌어지는 부분이 생기면 그 지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정합성을 맞춰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인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도 미국 SEC의 토큰 증권성 판단 기준을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증권성 판단의 근간은 현행 자본시장법에 두되 해석과 집행 기준은 가상자산 시장의 현실에 맞춰 정교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향후 제정할 기본법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 비증권형 디지털 자산의 발행·유통·공시·영업행위를 규율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제도가 미국과 같은 수준의 개방형 구조로 곧바로 이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여전히 금융 안정과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는 데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은행 중심 또는 엄격한 인·허가 기반의 보수적 체계가 유력하게 거론되기 때문이다. 거래소 지분 규제 역시 산업 육성보다는 공공성과 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설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