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잣대 엄격해지니 1년 새 '90% 급감'…은행권 거품 빠졌다[녹색금융의 착시]

입력 2026-03-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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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시중은행 녹색여신 잔액 1.5조…전년 대비 88.5% 대폭 감소
사후관리까지 강화된 당국 지침 반영…현장 행정 부담 가중

금융당국의 공인 지침이 적용된 지 1년 만에 시중은행 녹색여신 잔액이 전년 대비 90% 가까이 급감했다. 은행별 자체 기준으로 집계됐던 실적이 통일되고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가능성이 차단되는 등 통계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분석된다. 다만 심사와 사후 점검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영업 현장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하나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의 2025년 녹색여신 잔액 합계는 1조575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은행들의 2024년 자체 기준 녹색여신 잔액 13조7467억 원과 비교해 88.5% 감소한 규모다. 하나은행은 이달부터 녹색여신 집계를 시작해 이번 비교에서는 제외됐다.

녹색여신은 차주의 신용도뿐 아니라 대출금이 친환경 설비 투자나 온실가스 감축 사업 등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부합하는 용도에 사용되는지를 함께 평가하는 여신이다. 국민은행의 ‘KB Green Growth Loan’, 신한은행의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이차보전 대출’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차주는 자금 사용계획과 근거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은행은 여신 심사 단계에서 적합성을 검토하고 대출 이후에도 자금 사용 내역을 사후 점검해야 한다.

실적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2024년 12월 도입된 금융당국의 ‘녹색여신 관리지침’이 꼽힌다. 지침 도입 이전에는 K-택소노미의 환경 개선 효과 여부를 판단하는 ‘활동 기준’만 충족해도 녹색여신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새 지침에서는 활동 기준에 더해 인정 기준, 배제 기준, 보호 기준까지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녹색여신으로 분류된다.

특히 해당 프로젝트가 다른 환경 목표를 저해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배제 기준과 인권·노동 관련 법규 준수 여부를 따지는 보호 기준이 추가되면서 기존 녹색여신 상당수가 집계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침은 은행마다 달랐던 집계 기준을 통일해 통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영업 현장의 부담도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은 분기마다 녹색여신 잔액 비율을 산출해야 하고 대출 이후에도 자금이 실제 녹색경제 활동에 사용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목적 외 사용이 확인될 경우 관련 혜택을 취소하고 일반여신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행정 부담 증가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경 전문 인력이 부족한 영업점에서 녹색여신 적합 여부를 세부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침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늘어나면서 기업의 대응 부담도 커졌고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면 녹색여신 수요가 쉽게 붙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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