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 역사에 기록될 장면이었습니다. 야구 대표팀이 실낱 같은 마지막 기회를 붙잡고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 올라서게 된 건데요. 한국이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 건 무려 17년 만입니다.
수많은 명장면 중 하나는 이정후가 몸을 날려 잡아낸 슬라이딩 캐치일 겁니다. 경기 이후 이 장면은 온라인에서 다른 요소로도 화제가 됐습니다. 그의 목에 걸려 있던 네 잎 클로버 모양의 목걸이에 시선이 쏠린 건데요.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종종 포착되는 이 액세서리의 정체는 프랑스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앤 아펠(Van Cleef & Arpels)의 '빈티지 알함브라' 컬렉션으로 추측됩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행운의 목걸이'로 주목받는 아이템이기도 하죠.

9일 WBC 경기가 '역대급'이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건 한국 야구 대표팀이 처해있던 상황 탓입니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조별리그 전적 1승 2패로 몰린 상태였습니다. 앞서 8일 열린 대만전에서 연장 승부치기 끝에 4-5로 패한 바 있죠. 체코에 11-4로 이겼고, 일본에 6-8로 패했습니다.
WBC 규정에 따르면 8강 토너먼트는 각 조 승률 상위 2개 팀이 진출합니다. 승률 동률이 나올 경우엔 맞대결 전적으로 가리는데요. 일본과 한국이 호주를 꺾는다면 한국과 호주, 대만은 서로가 물려 있기에 맞대결 전적으로 진출 팀을 가리지 못합니다. 이때는 허용 실점을 아웃카운트로 나누는 '최소 실점률'로 진출 팀을 따지죠.
이때도 룰이 있습니다. 실점 및 아웃카운트는 동률 팀끼리 맞대결 경기만 계산해야 하는데요. 대만은 한국과 호주전에서 18이닝 7실점, 한국은 대만전에서 10이닝 5실점, 호주는 대만전에서 9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즉 한국이 대만, 호주를 제치고 2라운드에 올라가기 위해선 호주전 9이닝 경기를 기준으로 5점 차 이상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여기에 3실점 이상 범한다면 대만에 실점률이 뒤지기에 2실점 이하로 승리해야만 한다는 조건도 있었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이 까다로운 경우의 수를 통과했습니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호주와 경기에서 7-2로 이겼는데요. 동률 팀간의 대결에서만 따진 실점률에서 한국이 0.1228, 대만과 호주가 0.1296을 기록, 우리나라가 두 나라를 밀어내고 미국행 티켓을 거머쥐었죠. 한국이 WBC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2009년 준우승 이후 17년 만입니다.
외신들도 이 상황을 다양한 표현으로 전했습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한국이 복잡한 셈법을 뚫고 8강행 티켓을 따냈다"며 9회 안현민의 희생 플라이, 이정후의 호수비를 주목했습니다. 특히 이정후의 수비에 대해선 "만약 이 타구가 빠져 1점을 내줬더라면 호주가 8강으로 올라갔을 것"이라고 분석했죠. 닛칸스포츠도 "한국이 희박했던 가능성을 뚫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극적인 승부의 순간을 만든 이정후의 '슈퍼 캐치'는 또 다른 이유로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바로 그의 목에 걸려 있던 네 잎 클로버 모양 목걸이 때문인데요.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행운의 목걸이가 맞았다"는 반응까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이 액세서리에도 시선이 쏠렸습니다.
사실 야구 선수들이 경기 중 목걸이를 착용하는 모습은 흔합니다. 굵은 금 체인 형태의 목걸이는 오랫동안 선수들 사이 일종의 상징처럼 자리 잡아 왔는데요. 다만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조금 다른 흐름도 포착됩니다. 전통적인 금 체인 대신 네 잎 클로버 모양 펜던트가 여러 개 달린, 반클리프 앤 아펠 제품을 착용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는 겁니다.
LA 다저스 내야수 미겔 로하스를 시작으로 탬파베이 레이스의 주니오르 카미네로, 텍사스 레인저스의 조크 페더슨 등 여러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비슷한 형태의 목걸이를 경기 중 착용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을 통해 종종 포착됐습니다. 자연스럽게 팬들 사이에서는 이 목걸이가 하나의 트렌드로 언급되기 시작했죠. 특히 로하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고, 카미네로 역시 45홈런 110타점으로 성적이 상승한 바 있어 '행운의 목걸이'라는 설명도 더해졌습니다.
국내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김혜성과 이정후도 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정후가 착용한 제품은 반클리프 앤 아펠의 빈티지 알함브라 10 모티브 모델로 보이는데요. 검은색 오닉스 원석으로 이뤄진 제품입니다. 공시 홈페이지에 안내된 가격은 1550만원이죠.
이정후는 이 목걸이를 경기가 있을 때에만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만과의 조별리그 경기를 앞두고 해당 목걸이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행운의 상징이다. 클로버가 행운을 뜻하지 않나. 우리 팀에 조금이라도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죠.
실로 이 제품은 행운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선 알함브라 컬렉션의 네 개의 꽃잎은 인생에서 소중히 여겨야 할 네 가지 가치를 상징하는데요. 행운과 건강, 재력, 그리고 진실한 사랑입니다.
브랜드 설립 가문의 조카인 자크 아펠(Jacques Arpels)는 평소 "행운을 얻기 위해서는 행운을 믿어야 한다(To be lucky, you must believe in luck)"는 말을 즐겨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는 자신의 정원에서 네 잎 클로버를 직접 채집해 직원들에게 행운의 메시지와 함께 선물하곤 한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습관이 알함브라 롱 목걸이가 탄생하는 영감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죠.
![▲[도쿄=뉴시스] 권창회 기자 =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3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1회말 2사서 한국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서 있다. 2026.03.08. kch0523@newsis.com](https://img.etoday.co.kr/pto_db/2026/03/20260310163010_2305596_1200_800.jpg)
승부의 작은 변수에도 민감한 스포츠 선수들에게 이런 상징은 단순한 장신구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야구는 '징크스의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기록과 통계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종목이지만, 동시에 선수들 사이에서는 미신이나 개인적인 루틴이 유독 강한 종목이기도 하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타구 각도 몇도 차이나 바람 한 번에도 결과가 뒤바뀌는 만큼 선수들이 통제할 수 없는 '운'의 요소도 큰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투자 전략가 마이클 모부신은 스포츠에 운이 작용하는 승률을 수학적으로 추산한 바 있는데요. 그에 따르면 미 프로농구(NBA)는 승리 중 12%가 운에 좌우되며, 잉글랜드 프로축구(EPL)은 31%, MLB는 34%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수들은 자신만의 규칙이나 징크스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려 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공통적인 징크스도 있습니다. 공수 교대 때 파울 라인을 밟지 않는 풍경이 대표적이죠. 라인을 밟으면 그날 경기가 꼬인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일본의 전설적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 역시 현역 시절 이 습관을 철저히 지켰던 선수로 유명합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타자 웨이드 보그스는 매 경기 전 반드시 닭고기를 먹는 습관으로 '치킨 맨'이라는 별명을 얻었고요. 일부 선수들은 팀이 연승 중일 때 수염을 깎지 않거나 머리를 자르지 않는 습관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경기 당일 미역국이나 달걀을 피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곤 하죠.
최근에는 이런 행동을 단순한 미신보다는 '루틴'의 개념으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면 긴장감을 낮추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정후가 경기 때마다 네 잎 클로버 목걸이를 착용하는 것도 선수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운'을 붙잡으려는 루틴 중 하나로 볼 수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