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빠르게…“창문은 닫고 사세요” [공급 속도에 밀린 삶의 질①]

입력 2026-03-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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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기준·공장 이격거리 규제 완화 추진
고층부 실외 소음 평가 제외…실내만 적용
“창문 열기 어렵고 소음 문제 발생 가능성“

(출처=챗 GPT)
(출처=챗 GPT)

정부가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택건설 시 적용하는 소음 기준 완화를 추진하면서 주거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파트 단지에서 소음 민원이 갈수록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실외 소음 관리 기준까지 완화될 경우 입주 이후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00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해 말 관계부처와 함께 수립한 ‘제5차 소음·진동관리 종합계획(2026~2030)’에 따르면 소음·진동 노출 인구는 2019년 2162만 명에서 2021년 2066만 명, 2023년 2009만 명으로 줄었지만 감소 속도는 둔화하는 추세다. 특히 도로변 주거 지역에서는 야간 소음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해 2023년 기준 국민의 38.9%가 소음 환경 기준을 초과한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지난달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택 건설 시 적용하는 소음 측정 기준과 공장과 공동주택 간 이격거리(대상 간 최소 거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국토부는 40일간의 입법예고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은 주택 건설 과정에서 공급을 제약하는 규제를 합리화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주택 소음 기준의 경우 개정 시 부지 면적과 관계없이 환경법 대신 주택법령 기준만 적용할 수 있도록 완화된다.

현행법상 주택 건설 시 적용 법령은 부지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30만㎡ 이상 사업지는 기후부의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고, 15만㎡ 이상 30만㎡ 미만 사업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거나 지자체 조례에 따라 주택법령상의 소음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문제는 주택법령의 경우 6층 이상 고층부는 실외 소음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경법령은 층수와 관계없이 실외 소음 기준(주간 65dB 야간 55dB 미만)을 적용하지만 주택법령은 공동주택 1~5층 저층부는 실외 소음도(65dB 미만)를 6층 이상은 실내 소음도(45dB 미만)만 평가한다.

실외 소음이 평가 기준에 포함되면 시공사는 방음벽, 방음둑, 방음림 등 소음 저감 시설을 설치해야 해 건설 비용이 증가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성능 창호를 설치해 실내 소음 기준만 충족해도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공동주택과 공장 간 이격거리 산정 기준 또한 앞으로 공장 부지 경계가 아니라 실제 소음 배출 시설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현재는 공장 등 소음 배출 시설 인근에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공장 부지 경계선에서 최소 50m 이상 떨어지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공장 부지가 넓어 실제 소음 배출 시설과 공장 경계 사이 거리가 충분한 경우 공동주택과의 거리를 25m까지 줄일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정부는 규제 합리화를 통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맞서 주거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진용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외부 환경 소음을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면 주거지 주변 생활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창문을 열기 어려워지는 등 거주 과정에서 체감 소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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