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싱가포르 외교부 청사에서 정상회담 후 열린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의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 국빈 방문 일정 중 유독 눈을 반짝인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입니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등 한국과 비슷한 조건임에도, 주택 문제가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지 않는 싱가포르의 비결에 주목한 건데요. 과거 단체장 시절부터 눈여겨본 싱가포르 모델을 어떻게 국내에 접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공공주택 전경. (사진제공 HDB)
싱가포르 주택 정책의 근간에는 철저한 국가 통제와 '토지 국유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전체 주택의 80%가량을 정부 산하 주택개발청(HDB)이 직접 공급합니다. 국가가 소유한 땅에 건물을 짓고, 국민에게는 보통 99년 등 장기간의 건물 소유권만 넘기는 이른바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을 취하고 있죠.
땅값이 빠지다 보니 민간 고가 주택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저렴하게 집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주택 소유자의 약 90%가 실거주 중이며, 국가 전체의 자가 보유율 역시 90% 안팎에 달한다는 겁니다. 집값 폭등과 투기로 몸살을 앓는 우리네 사정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캄풍 애드미럴티 전경. (출처=WOHA 홈페이지)
주거 안정의 이면에는 투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촘촘하고 강력한 제재가 맞물려 있습니다. 다주택자를 향한 세금의 칼날이 매우 매서운데요. 두 번째 집을 살 때는 20%, 세 번째부터는 30%의 추가 구매자 인지 취득세(ABSD)를 내야 합니다. 임대용 주택의 보유세는 실거주용보다 최대 4배나 높습니다.
어렵게 집을 구했더라도 시세차익을 온전히 누리기는 어렵습니다. 입지가 좋아 인기가 많은 공공주택은 전매제한 기간이 지난 뒤 팔더라도 차익의 6~9%를 국가가 환수해 갑니다. 게다가 일생에 공공주택을 분양받거나 재판매할 수 있는 기회 자체도 단 두 번뿐이라,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삼기엔 제약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3일 인천계양 및 부천대장 공공주택지구를 방문해 현장 상황을 종합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하지만 이 매력적인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엔 현실의 벽이 꽤 높습니다. 우선 출발선부터 다릅니다. 싱가포르는 독립 직후 국토의 80% 이상을 국유화했지만, 한국의 국공유지 비율은 30% 수준입니다. 도심 한복판에 저렴한 공공주택을 짓겠다며 사유지를 강제 수용했다가는 막대한 보상비는 물론 재산권 침해라는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됩니다.
공공주택에 대한 인식 차이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싱가포르의 HDB는 중산층이 거주하기에도 부족함 없는 인프라를 갖췄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공공주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짙게 남아있죠.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책을 전면 이식하기보다는, 현실을 반영한 '부분 차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사유지를 뺏을 순 없더라도, 3기 신도시 같은 기존 공공택지를 적극 활용해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비중을 대폭 늘리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 공급 역할을 대폭 강화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