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며 역대급 폭락 장을 연출했다. '꿈의 지수'로 불리던 6000선을 허무하게 내주며 투자 심리도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 모습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보다 7.24%(452.22p) 떨어진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하락은 포인트 기준 증시 사상 최대 낙폭으로, 장 중 변동성이 극에 달하며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올해 들어서는 이날을 포함해 매도 사이드카는 3차례, 매수 사이드카가 1차례 발동됐다.
이번 폭락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다.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미국 대사관이 드론 공격을 받은 데 이어, 미국이 명분 없는 선제 공격을 감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증시는 하방 압력을 견디지 못했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인해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한국 수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물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전쟁의 지속 기간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정 연구원은 "지정학적 불안이 4주 이내 단기에 해소될 경우 수출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장기화되거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자동차나 화학 등 경기 민감 품목의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 지역별 수출에서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미국과 중국 시장 내 자동차 및 석유화학 품목은 이미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협상 중임에도 선제 공격을 한 것에 대해 의회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은 수출 주도형인 국내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카타르의 LNG 생산 중단 여파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우리나라도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됐다. 서 연구원은 "전쟁 이슈는 물가를 끌어올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가장 큰 타격을 준다"며 "경제 전반이 망가지면 반도체 실적이 잘 나와도 소용이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과열된 시장의 '건전한 조정'으로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기술적 과열 상태였기에 조정 빌미를 찾고 있던 상황"이라며 "과거 중동 사례를 보면 한 달 안에 코스피는 회복되었고, 3개월 이내에는 대부분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역사는 항상 '바이 더 딥(Buy the dip, 낙폭 과대시 매수)' 전략이 유효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반도체와 방산주에 대한 차별화된 접근을 제안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 펀더멘탈은 전쟁과 무관하며, 트럼프 시대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방산주는 반드시 가져가야 할 포트폴리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 강화는 단기적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전쟁의 장기화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인도에 이어 호르무즈 해협 원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장기전이나 전면전, 혹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현실화된다면 메인 시나리오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아직은 그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