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김영용 칼럼] 보유세 강화는 집값을 올릴 뿐이다

입력 2026-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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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前 한국경제연구원장

단기하락해도 공급감소→가격상승
코로나때 풀린 돈 잠겨 ‘정책 미스’
시장에 맡겨 공급 늘리는게 최선책

정부는 금년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집값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먼저 양해를 구할 것은 이 글의 내용이 일반 사람에게는 꽤 어려울 수 있지만, 이를 이해해야 되풀이되는 이런 정책에 대한 확실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예 기간에 주택을 양도하면 세금을 적게 내므로 양도 유인이 생기고, 이는 주택 수요 감소로 이어져 가격이 내릴 수 있다. 이를 주택 공급이 증가하는 효과로 말하지만, 이는 수요가 일부 줄어들기 때문이지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 아니다. 새로 지어지는(신규) 주택 수가 기존 주택 중에서 수명이 다해 없어지는 주택 수보다 많지 않으면 주택의 (순)공급은 증가한 것이 아니다. 아무튼 여기까지는 주택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양도세 중과 유예로 정책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당국은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중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양도세 중과 유예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유세를 중과하면 주택 가격의 하락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주택 가격이 단기적으로는 내려가지만, 장기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올라가고 주택 수는 줄어든다. 기대와는 달리 반대 효과가 나타나고, 보유세는 결국 분노의 징벌적 세금이 되고 만다.

사람들이 추위와 더위를 피하고 편안한 주거 생활을 위해 원하는 주택은 이미 지어진 기존 주택이며, 그 가격과 수는 특정 시점에서 기존 주택에 대한 (저량)수요와 (저량)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즉 주택 가격은 기존 주택 시장에서 결정된다. 사람들이 신규 주택을 분양 신청하는 것은 신규 주택이 완성되면 기존 주택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특정 시점에서 기존 주택 수는 정해져 있고,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은 시간을 두고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조정된다.

현재 기존 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신규 주택은 그 공급곡선을 따라 기존 주택의 가격에 해당하는 수만큼 지어져 두 시장이 균형 상태에 있다고 가정하자. 즉 현재 가격에서 특정 기간에 기존 주택 중 멸실(滅失)되는 주택 수와 신규 주택 수가 같다.

이제 보유세를 올린다고 하자. 위에서 설명한 기존 주택의 가격은 거주자가 주택의 수명까지 살면서 얻는 기간별 주거 서비스의 현재가치를 모두 더한 것과 같다. 따라서 보유세를 올리면 올린 기간별 보유세의 현재가치를 더한 만큼 주택 가격은 내려간다. 눈에 보이는 단기적 효과가 나타나므로 정책 당국자들은 이런 정책을 선호한다.

문제는 그후에 나타나는 보이지 않는 효과다. 기존 주택의 가격이 내려가므로 일정 기간에 새로 지어지는 신규 주택 수가 멸실되는 기존 주택 수보다 더 적으므로 시간이 가면서 기존 주택 수는 줄어든다. 따라서 기존 주택에 대한 수요에 변화가 없더라도 가격은 장기적으로 오른다. 분양가 상한제가 단기적으로는 주택 가격의 하락을 유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규 주택의 공급을 제한하여 주택 수를 줄이고 가격을 올리는 이치와 같다.

보유세를 또 올려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지만, 위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기존 주택의 수는 더욱 줄어들고 가격은 올라간다. 그래도 계속하면 주택 시장은 초토화된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올려 이들이 모두 일주택자가 된다면, 대규모 임대 주택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일대일로 주택을 교환하지 않는 한, 이사는 불가능해진다.

지금의 주택 가격 상승은 2007~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때 풀린 막대한 양의 돈을 이런저런 잘못된 정책으로 주택 시장으로 끌어모은 탓이지, 투기꾼 탓이 아니다. 투기는 재산을 특정 자산 형태로 미래로 이동시켜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로서, 투기꾼들은 미래의 주택 시장에서 이익을 얻는다고 예상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다. 물론 투기꾼의 예상이 맞는다면 이익을 얻는다. 그래서 투기는 미래 가격에 빠르게 도달하게 할 뿐,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행위가 아니다. 투기는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다.

오늘보다 더 나아지기를 원하며 부단하게 행동하는 인간의 욕망을 잠재울 수는 없다. 이를 받아들이고 물건값을 낮추려면 많이 만들어야 한다. 주택도 특별한 물건이 아니다. 주택 공급이 최대한 늘어나도록 시장 조정에 맡기되, 그 한계도 인정해야 한다. 이를 잡기 위해 온갖 정책을 시행할수록 주택 가격이 더 오르기 때문이다.

아파트 ‘재건축초과이윤환수제’에는 초과이윤을 정의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지만, 이 또한 미래에 부과될 세금이므로 공급을 억제한다. 결국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은 사람들의 주거 생활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그만 멈추는 것이 그나마 주택 시장을 교란하지 않는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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