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중계권료에 지상파 참여 無
공유 통한 경쟁력 제고 교훈 새겨야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올림픽 메달에 온 국민이 환호하던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어쩌면 올림픽이 있었나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듯싶다. 이전과 달리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든 탓도 있고, 혼란스러운 국내외 정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혹자는 한국의 예상 성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결과론적 주장이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이 그렇게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을 먼 나라 행사로 만든 직접 원인이 지상파방송을 비롯한 다른 방송사들의 외면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2019년 JTBC가 코리아 풀이란 공동 구매시스템을 젖히고 2032년까지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국내 방송 독점권을 사들였을 때만 해도 이렇게 분위기가 크게 바뀔 것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후 방송시장 주도권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비롯한 온라인 매체로 옮겨 갔고, 뉴스 매체로서의 영향력도 크게 낮아졌다.
환경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JTBC의 과도한 중계권료 요구를 지상파방송사들이 거부하면서 결국 ‘나 홀로 잔치’가 된 것이다. 그 결과 이번 동계올림픽은 1%대의 저조한 시청률과 무관심 속에 끝나가고 있다. 이는 JTBC 협상전략이 근본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콘텐츠 독점이 협상력을 갖기 위해선 그 콘텐츠가 필수재는 아니더라도 가치재는 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올림픽 같은 종합 스포츠행사는 이미 그런 가치를 상실한 상태다. 심지어 개최지를 정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2024년과 202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함께 정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더구나 2010년 소치 동계올림픽처럼 김연아, 이상화 같은 슈퍼스타도 없다. 그러니 올림픽 콘텐츠가 중계권료 협상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음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JTBC가 다년간 올림픽·월드컵 중계권에 베팅한 2019년은 대통령 탄핵 방송으로 주가를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시절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영악화와 영향력 감소로 고전하던 지상파방송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방송이 빠진 올림픽 중계는 존재감 없는 JTBC만의 잔치가 되어 버렸다.
역설적으로 지상파방송의 의제설정(agenda-setting) 능력이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입증해 준 셈이다. 부자가 망해도 십 년은 간다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지상파방송 특히 공영방송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보편적 서비스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JTBC 실패의 또 다른 원인은 플랫폼사업자의 시장경쟁력은 공유와 참여에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외면한 것이다. 중계권 협상에 실패한 JTBC는 타방송사는 물론 온라인 플랫폼에서 재활용하는 것까지 불허했다. 온라인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는 유튜브 같은 공유형 플랫폼에서 비디오 클립, 숏폼 등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의 감각을 도외시한 아날로그식 오류다. 온라인 프로야구 중계권을 확보한 티빙이 네이버와 달리 콘텐츠 재가공을 자유롭게 허용해, 프로야구 관중 수와 가입자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은 교훈적이다. 온라인 미디어의 성공 요인이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과 함께 공유를 통해 배가되는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하고 있음을 망각한 것이다.
물론 얼마 남지 않은 월드컵 중계권은 동계올림픽과 다를 것이다. 월드컵 콘텐츠는 강력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한국팀 성적에 따라 동계올림픽의 손해를 만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에 맞지 않는 콘텐츠 독점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