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 종로가 다시 한 번 격변의 한가운데에 섰다. 한 돈(3.75g) 기준 금 가격이 100만 원을 넘어서는 이례적 상황이 이어지면서, 종로 현장에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풍경들이 동시에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업체 간 양극화다.금 원자재를 취급하거나 유통·매입을 중심으로 하는 업체들은 거래량 증가와 함께 사상 최대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고금 매입, 투자 수요, 법인 거래까지 맞물리며 하루 종일 상담이 끊이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반면, 순금 주얼리를 제작·판매하는 전통 공방과 소매점 상황은 사뭇 다르다. 금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결혼 예물이나 선물용 수요는 눈에 띄게 위축됐다. 종로 골목 곳곳에서는 평소보다 일찍 셔터를 내리는 가게, 심지어 장기 휴점에 들어간 점포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같은 ‘금’을 다루지만, 가격 상승의 수혜와 부담이 업종별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금값이 오를수록 시장 그늘도 짙어진다. 최근 종로에선 텅스텐 분말을 금과 혼합한 정교한 가짜 금 유통 시도가 다시 문제로 떠올랐다. 과거에도 유사 사례는 있었지만, 최근 적발되는 가짜 금은 육안이나 단순 측정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졌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사기 문제를 넘어, 종로 금 시장 전체의 신뢰 자산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소비자 불신은 거래 위축으로 이어지고, 결국 선량한 상인과 장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금값 상승기일수록 공인된 분석 장비, 투명한 유통 이력, 제도적 관리 체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그러나 종로의 변화가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오히려 지금은 금 산업의 구조적 진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쉽고 간편하게 금을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들이 빠르게 자리잡았다. 대표적으로 개인 간 금 거래 중개 플랫폼인 비단, 금방금방 앱은 젊은 투자자와 모바일 친화적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이 선보인 하나골드신탁 상품이 디지털 금융혁신 서비스로 주목받으며 금 투자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등장은 금 거래를 ‘어렵고 불투명한 영역’에서 ‘일상적인 금융 행위’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다. 종로 금 시장이 오랜 시간 쌓아온 실물 기반 신뢰 위에, 디지털 기술이 결합되는 의미 있는 변화다.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금 프랜차이즈의 증가다. 과거 금은방은 낡고 어두운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금거래소’라는 이름의 프랜차이즈 매장이 밝고 세련된 인테리어, 표준화된 가격 시스템을 앞세워 빠르게 늘고 있다.이는 금 투자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접근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높이는 긍정적 변화다. 특히 젊은 세대와 초보 투자자에게 “금도 투명한 금융상품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금값 100만 원 시대의 종로는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현장이다. 업종 간 양극화, 가짜 금 문제라는 구조적 과제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동시에 플랫폼 혁신과 서비스 고도화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도 분명히 작동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하다.공정하고 투명한 가격 정보, 신뢰 가능한 유통 구조, 기술을 활용한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함께 구축될 때, 종로 금 시장은 단순한 전통 상권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