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인프라로 만든 나라…싱가포르 국민 80%, 공공 주택으로 [해외실험실: 주거의 경제학 ②]

입력 2026-02-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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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2-04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정부 공급 아파트 100만채 이상
99년 리스로 제공
리스 기간 거래도 가능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공공주택 전경. (사진제공 HDB)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공공주택 전경. (사진제공 HDB)
국민 대부분이 국가에서 만들어준 주택에 거주하는 곳이 있다. 싱가포르다.

4일 싱가포르 국가개발부에 따르면 현재 나라 전역에 국가개발부 산하 주택개발청(HDB)이 공급하는 아파트가 100만 채 넘게 있다. 이곳에서 사는 거주민은 전체 인구의 약 80%에 달한다.

국민 대부분이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렇다고 절차 없이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개발부가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한 우선 혜택 사항을 보면 생애 최초 구매자에 더 많은 물량이 배정되며 처음 지원하는 사람에겐 2장의 분양권을 준다. 또 18세 이하 자녀가 한 명 이상 있는 생애 최초 구매자 가족이나 40세 이하 기혼 부부에게는 추가 지원이 제공된다.

이렇게 공급된 아파트에선 99년간 지낼 수 있다. 일종의 리스(장기 사용권) 구조다. 리스 기간 내 거래는 할 수 있지만, 토지는 국가가 가지기 때문에 99년이라는 기간이 연장되지는 않는다.

2018년 리셴룽 당시 싱가포르 총리는 “99년인 이유는 미래 세대를 위한 공정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며 “99년이 지나면 아파트는 국가에 반환되고 정부는 해당 터를 재개발해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아파트를 건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정부가 여러분에게 아파트를 소유권 형태로 매각한다면 조만간 새 아파트를 지을 땅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또 우리 사회는 부동산 소유자와 그럴 여유가 없는 자들로 나뉘게 돼 사회적으로 분열적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정책은 핵심 인프라로서 공공주택이 기능하는 독특한 사례로 평가된다. 정부가 대규모로 공급해도 민간 시장은 붕괴하지 않고 투기 수요도 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처음부터 이러한 정책을 펼쳤던 것은 아니다. 1959년 싱가포르가 영국으로부터 자치권을 획득했을 때 국가는 심각한 주택 문제에 직면했다. 동시에 인구는 빠르게 늘어갔다. 그러자 초대 총리인 리콴유는 1960년 HDB를 설립하고 가난한 주민을 위해 저렴한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최초 임대만 가능했지만, 이후 정부가 판매를 허용하면서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시민들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공공주택을 구매했고 구매 대상에는 기본적인 아파트부터 수영장, 체육관 등을 갖춘 고급 단지 아파트까지 다양했다.

이는 그저 부동산 정책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다. HDB 공공주택에는 싱가포르가 30년 넘게 시행한 민족통합정책(EIP)도 스며들어 있다. 여러 민족이 속한 국가적 특성상 당국은 특정 민족 집단이 공공주택 단지나 동네를 장악하는 것을 막고자 할당제를 시행했다. 특정 민족 비중이 부족하면 아파트 재판매를 제한하기도 했다. 그 결과 다양한 민족의 이웃이 바로 옆에 거주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런 탓에 아파트 매매를 적시에 하지 못해 일부 주민이 불만을 제기하는 때도 있지만, 공공주택이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덕분에 다른 정책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 기업 세빌스는 “싱가포르의 성공적인 공공주택 시스템은 포괄적이고 일관된 장기 전략의 결과”라며 “성과 중심에는 정부의 주도적 역할, 데이터 기반의 계획 접근 방식, 주택기금의 지속 가능한 재정 지원, 기술과 지속가능성을 통합한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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