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국경 없는 결제 인프라 준비

미래 결제 시장의 핵심 자산으로 '스테이블코인'이 급부상하면서 카드사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지갑' 주도권 확보를 위한 채비에 나섰다. 가상자산을 실제 결제망에 연결해 정산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기술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카드업계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와 KB국민카드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인프라에 직접 연결하기 위한 기술 검증과 특허 확보를 마쳤다. 이는 가상자산 결제 도입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기술 리더십을 미리 확보해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는 곳은 비씨카드다. 비씨카드는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 ‘코인베이스’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C)의 국내 결제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코인을 디지털 선불카드로 전환해 국내 가맹점에서 QR로 결제하는 실증 사업도 완료했다. 비씨카드는 이를 통해 환전 절차 없는 ‘국경 없는 결제망’ 구축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카드 역시 이용자 편의성과 확장성에 집중한 ‘하이브리드 결제’ 기술을 내세워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국민카드가 출원 신청한 특허는 고객이 보유한 기존 신용카드에 블록체인 지갑 주소를 연동하는 방식이다. 결제 시 지갑 내 코인 잔액을 우선 차감하고 잔액이 부족하면 신용카드로 자동 승인되는 구조다. 별도의 카드 추가 발급 없이도 기존 결제 경험을 유지하며 디지털 자산을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흐름은 개별 카드사의 행보를 넘어 업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현재 여신금융협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에는 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NH농협 등 9개 카드사가 참여 중이다. 해당 TF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카드 결제부터 가맹점 대금 정산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실무적으로 어떻게 도입할지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 또한 제도권 편입에 맞춘 단계적 대응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다. 특정 기술에 올인하기보다 법 제도와 시장 환경의 변화에 맞춰 사업 모델을 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사업 타당성이나 법 제도 리스크 분석을 병행하면서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단계”라며 “추후 법제화가 진행되는 상황을 확인하면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카드 역시 여신금융협회 차원의 TF에 참여하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동향을 살피는 등 시장 변화에 발맞춰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서로 다른 속도로 기술 확보에 나서는 배경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결제 표준을 선점하려는 공통된 목적이 있다. 향후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상용화될 경우, 디지털 지갑 기술과 정산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기업이 결제 프로세싱의 주도권은 물론 소비 데이터까지 확보하며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