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하 5도 밑으로만 떨어져도 초기 콘크리트 작업은 쉽지 않습니다. 영하 12도 이하로 내려가면 외부 작업은 사실상 멈춘다고 봐야죠.”
28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떨어진 날 찾은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은 다소 차분했다. 평소라면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가지만, 이날 현장은 차량도 작업자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훌쩍 넘어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공사 현장도 함께 얼어붙고 있다. 아파트 공사는 구조적으로 옥외 작업 비중이 높아 한파 특보가 발효되면 작업 중단과 특별 점검이 불가피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작업을 시작했다가 다시 멈추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파는 콘크리트 공정에 치명적이다. 시멘트·골재·물·혼화제를 섞어 만드는 레미콘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내부 수분이 먼저 얼어 ‘동해’를 입을 수 있다. 타설 전 동해가 발생하면 구조 안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대형 붕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만큼, 현장에서는 극도로 예민할 수밖에 없다. 콘크리트 양생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해, 강추위가 닥치면 현장 전체가 ‘슬로 모션’에 들어가는 경우가 잦다.
최근에는 영하 환경에서도 타설이 가능하도록 성분을 조정한 ‘내한 콘크리트’가 현장에 적용되기도 하지만 특수 제품인 만큼 단가가 높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모든 현장에 전면 적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터파기’ 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땅이 얼어붙으면 굴착 장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작업 속도를 크게 늦춰야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영하 10~15도 이하의 추위가 장기간 지속되면 골조 공사는 직격탄을 맞는다”며 “동절기 시공 기술로 관리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파가 길어질 경우 공정 지연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 때문에 작업을 못 하는 날이 누적되면 한 달 가까이 공백이 생길 수 있고, 이를 만회하려고 봄·가을에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하면 관리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혹한의 부담은 건설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배달앱 라이더들도 연일 이어지는 극한 한파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여러 겹의 장갑과 방한복으로 신체 노출을 최소화하지만, 칼바람과 영하권 날씨 속에서 노동 강도는 훨씬 높아진다.
눈길과 빙판길로 사고 위험은 커지는데 배달이 늦어지면 고객 불만과 평점 하락, 보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속도를 줄이기도 쉽지 않다. 사고가 발생하면 음식이 식거나 폐기돼 같은 시간 대비 더 많은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추위로 인한 오토바이·전기자전거 성능 저하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수입 압박으로 이어진다.
물류 현장 역시 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택배사들은 혹한기 상·하차 작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제도 도입과 인프라 투자, 물자 지원 등 각기 다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혹한기에도 택배기사의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해, 생명이나 건강에 위협을 느끼면 자율적으로 작업을 멈출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한 배송 지연에 대해서도 기사 개인에게는 어떠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조치로 회사 측의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한파뿐만 아니라 여름철 폭염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폭염과 혹한이 반복되면서 현장에선 정상 운영을 못 하는 날이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상기후로 인한 작업 중단을 공기 산정이나 계약 조건에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