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정부에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거듭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통령과 총리를 향해 정비사업 현장 방문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오 시장은 특히 “이 문제는 국토부 차원이 아니라 윗선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현장에 나와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의 획일적인 대출 규제가 서울 주택 공급의 핵심인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 시장은 28일 오전 양천구 신정4구역과 신정동 1152번지 일대 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노후 주택과 반지하 가구 등을 직접 시찰하며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신정4구역은 대출 제한으로 대부분 이주를 어렵게 생각할 수밖에 없고, 신정동 1152번지 일대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에 다음 단계로의 발전이 중단되거나 늦어질 수 있다"면서 "제한을 풀어 정비사업장이 모두 원래 속도로 진행되게 해달라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올해 서울에서 39개 구역 3만 1000가구가 이주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는 시내 전체 이주 예정지 43곳 중 91%에 달하는 규모다. 오 시장은 "예상되는 유휴부지 활용 정부 공급대책 물량은 3만∼5만 가구일 텐데 올해 정비사업장에서 이주하는 물량이 거의 비슷하다"며 "공급 장소를 새로 물색해 발표하는 것보다 순조롭게 이주할 수 있도록 금융과 조합원 지위 양도만 풀어줘도 그 이상 가는 효과를 거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주하면 바로 철거하고 착공할 수 있는 정비사업은 확정된 미래"라며 "대출 제한이 풀리려면 금융당국의 판단이 있어야 하고, 결국 총리나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신정4구역은 ‘신속통합기획 2.0’을 통해 사업 기간을 7개월가량 단축한 모범 사례로, 4월 이주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LTV 0%’가 적용되는 가구가 발생하는 등 이주비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10여 년간 개발이 멈췄던 신정동 1152번지 역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성을 개선했으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이 새로운 걸림돌로 부상했다.
오 시장은 이러한 정체 원인을 정부의 이념적 편향성에서 찾았다. 그는 "국토부 공무원들이 절박한 사정을 모를 리 없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은 정비사업에 대한 민주당의 이념적 적대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업무 보고만 받을 게 아니라, 직접 현장에 나와 주민들의 절규를 들어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촉구했다.
시찰 이후 이어진 주민간담회에서 오 시장은 실질적인 지원책을 약속했다. 신정4구역을 '3년 내 단기착공 물량 확대 1호 사업지'로 선정해 2027년 착공을 지원하고, 신정동 1152번지에는 '사업성 보정계수'를 적용해 일반분양 세대를 약 40세대 늘림으로써 조합원 분담금을 가구당 최대 6000만 원까지 줄여주겠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신동일 신정4구역 조합장은 본지에 "수십 년간 집 한 채 갖고 재건축만 기다려온 고령의 원주민들이 과도한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결국 입주를 포기하고 집을 팔고 떠나고 있다"며 "이자만 한 달에 약 300만 원씩 내야 하는 상황에서 수입이 없는 어르신들이 강제로 내몰리는 상황을 정부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