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 감내 가능 수요도 있어⋯차입자 세분화 정책 펼쳐야"

소득이 높고 주택을 자가 보유한 경우일수록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단순히 고정금리 비중 목표를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차주 특성과 시장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26일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BOK이슈노트(주택담보대출 차입자의 금리 선택 분석)' 보고서를 통해 "차입자의 경제적 여력과 시장 환경이 금리 유형 결정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국내 은행 주담대에서 고정금리 비중은 2010년 0.5% 수준에서 2016년 43%까지 상승한 뒤 2023년 51.8%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95.3%)이나 프랑스(93.2%) 등 주요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어서 금리 변동 시점마다 금융시스템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반복해 제기돼 왔다. 한은 역시 "표면적인 고정금리 비중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제 기준에서 보면 가계의 금리위험 노출이 상당 수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2012~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개별 가구 패널을 활용해 주담대 보유 가구의 금리 유형 선택에 대한 모형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대와 30대에서 금리·인플레 변수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반면, 40·50대에서는 주택가격·대출규모 등 자산·부채 변수의 영향력이 더 두드러졌다. 소득·자산 수준이 낮은 20대는 고정금리 선호도가 높았으나 30·40대에서는 인플레(고물가) 경험이 오히려 변동금리 선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등 세대별 상반된 양상이 관측됐다.
소득과 자산·부채별로도 주담대 유형 선택이 엇갈렸다. 자가 거주자이거나 총소득, 총자산, 총부채 규모가 클수록 변동금리 주담대를 선택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한계효과 분석 결과 주택을 자가 보유할 경우 변동금리를 선택할 확률은 3.4%포인트(p) 늘었고, 소득 분위가 한 단계 높아질 경우는 2.3%p 증가했다. 자산과 부채 분위가 각각 한 단계씩 높아질수록 변동금리를 선택할 확률은 각각 1.5%p와 1.1%p 상승했다.
또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금리 차가 크거나 집값 상승률이 높을수록 변동금리 주담대를 선택하는 수요가 많았다. 금리 스프레드가 1%p 확대될 경우 변동금리 선택 확률은 6.5%p 증가했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1%p 높아질 때도 변동금리 선택 확률은 1.2%p 높아졌다. 이번 결과에 대해 최 연구위원은 "경제적 여력이 뒷받침되는 차입자들이 초기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의 비용상 이점을 누리는 동시에 향후의 금리 변동 위험을 스스로 감내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정책당국이 고정금리 확대를 위해 추진해 온 '일률적인 목표 설정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위원은 "금리·물가 경험에 따른 대출 선택 이질성을 고려한 거시건전성 정책의 정교화가 필요하다"면서 "금리상승기 장기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유동성·자본규제 완화, 장기 고정금리 채권시장 인프라 확충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담대 계약 시 금리전환 시나리오별 상환부담 변화, 인플레·실질부담 경로 등을 정량적으로 제시하는 ‘표준 설명서’ 도입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