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배터리 2030년 후 연간 10만 개 이상 발생
관리 체계 미비 지적 속 제도 정비 논의 본격화

정부가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음 주 업계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2030년 이후 연간 10만 개 이상의 사용 후 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리 체계 전반의 제도적 공백을 점검하고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25일 본지 취재 결과 산업통상부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성장실장 주재로 사용 후 배터리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한다. 국내 배터리 3사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임원급 실무진이 참석한다. 이 밖에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재사용·재제조 업체들이 참여해 현장 애로사항과 산업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맞춰 사용 후 배터리 관리 체계의 선제적 구축과 관련 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8~15년 수준으로, 전기차 보급 추이를 감안하면 2030년 이후 국내에서만 연간 10만 개 이상의 사용 후 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 후 배터리는 환경적 측면뿐 아니라 ‘도시광산’ 관점에서 광물 자립 기반을 뒷받침할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등의 핵심 광물이 포함돼 있는데, 대부분 특정국에서만 생산돼 수입 의존도가 높다. 미·중 패권 경쟁 국면에서 중국의 이른바 ‘자원 무기화’에 대응해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할 대안으로도 거론된다.
다만 국내 제도 마련은 상대적으로 더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 후 배터리의 관리와 투명한 거래를 위해 사업자 등록제를 도입하고, 산업부·환경부 등 부처별로 엇갈린 관리 체계를 조율하는 통합 법률안은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21년 이후 등록된 전기차에 대해선 배터리 반납 의무가 폐지돼 관리 공백도 발생하고 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 기조와 맞물리면서 최근 들어 사용 후 배터리 산업 논의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라며 “폐배터리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는 만큼, 앞으로는 관계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고 종합적인 논의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은 사용 후 배터리에 대한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채택한 ’배터리 규정’을 통해 배터리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배터리 여권 제도를 도입해 전 주기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미국은 배터리 재활용 설비 투자에 대한 보조금 등 지원을 확대했고, 중국 역시 국가 차원에서 사용 후 배터리를 관리 대상으로 규정하고 전 주기 관리 체계 구축을 법제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사용 후 배터리 관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지만, 도시광산을 통한 광물 자립 기반은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